미국에서 아들은 학생전도사였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기존 학생들과 유학 온학생들을 지도하였다.

이 학생들 틈에 유독 반항적이고 항상 어깃장을 잘 놓은 아이가 하나 있었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 아이였다.

이 아이는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들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만사에 불만이 많았고 무엇이든 삐딱하게 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교회를 왜 오는지 와서는 훼방이란 훼방은 다하였다.

학생들이 거기에 동조하였다. 아들은 참으며 학생들을 달래고 어르고 해보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아들이 지쳤다.

그래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무능함에 눈물이 흘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 깊이 깨달았다.

 

오늘이 그 반항아의 생일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밤늦은 시간에 아들이 먹을 것을 사들고 반항아의 집 문을 두드렸다.

지저분한 방 가운데서 반항아가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아들이 반항아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고 말했다.

카드와 함께 적은 돈을 건네주며 필요한 것을 사라고 말했다.

봉투를 받은 반항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반항아의 손을 잡고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왔다. 막헤어지는데 반항아가 느릿하게 이렇게 말했다.

"제 생일에 찾아와 준 사람은 아직까지 한 사람도 없었어요."

 

토요일 오후 시간에 학생 반으로 아들이 들어갔다. 아이들이 조용했다.

웬일인가 싶어 둘러보았다. 반항아가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반항아가 "전도사님 저희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하고 말했다.

아들이 놀라서 "어? 그래? 그럼 그러지 뭐."

한 시간 동안 그 반항아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아들을 쳐다보며 말씀을 들었다.

다들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반항아의 주도로 계속 토요일 오후에 성경을 공부하였다.

하나님에 대해서, 믿음에 대해서, 죄가 무엇인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어느 날 반항아가 아들에게 다가오더니 "형..." 하고 불렀다. 아들이 반항아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았다.

그 애의 눈에 온기가 있었다. 따뜻한 사랑이 서로의 체온을 통해서 전해졌다.

-김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