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삼육대학에서 일할 때였다.
기독교 신자가 3%가 될까 말까 하는 우상숭배가 일반화된 나라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기별을 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며
또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 것인가를 이렇게까지 느껴보지 못했었다.
성령의 감동하심이 없이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항상 느끼면서 살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도 놀라운 방법으로 믿음과 사랑을 전하는 하나님의 자녀들, 마음이 뜨거운 선교사들이 있었다. 
 
5월 30일 우리 건강교육센터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대만의 남부 도시 가오시웅시에 소재한 어느 호시피스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 건강교육센터에 장기투숙자로 오랫동안 머물면서
한 가족처럼 지냈던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 있었는데,
간에서 시작한 암이 이제 온 몸에 퍼져서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마지막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 자매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방문이었다.

고속도로 주변의 아름다운 신록을 보면서도 마음은 내내
죽음을 앞둔 환우를 생각하면서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였는데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건강센터에 머물렀던 환우이면서 가까운 다른 도시에 사는
40대 중반의 또 다른 말기 암환자가 벌써 병실에 와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는 시간을 맞추어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정말 반가운 만남이었다. 
  
이 중년 여인은 암으로 고생할 뿐만 아니라 흉골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매일 가슴의 구멍을 소독을 해야 하며 가까이 가면 곧 악취를 느끼게 된다.
시설이 잘 된 호스피스 병원이었으며 방문객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

환우방문 장소에서 성경을 한 손에 들고 희망의 말씀을 나눌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이 중년 여인이 갑자기 어디를 간다는 말도 없이 가방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함께 성경말씀을 나누기 위하여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몇 분 후에 그녀는 광대 차림으로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기도 중환자이면서도 자기보다 더 심한 말기 환자를 위하여 광대 춤을 덩실 덩실 추기 시작하였다.
우리 내외도 곧 일어나서 함께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문병을 받는 환자도 일어나서 환한 웃음을 보이면서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다른 방문객들도 한데 어울리면서 웃음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간호사들과 다른 입원환자들도 우리가 있는 실내 정원 거실로 모여들었다.
20분 정도의 감동적인 광대 춤이 이어지면서 박장대소하며 동심의 기쁨을 나누게 되었다.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이 솟아올랐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는 잠언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 중년여인은 학교 선생님이었으며
지금도 틈틈이 책을 집필하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언젠가 시어머니 생신을 맞이하게 되었다.
자부가 암에 걸려 죽게 된 마당에 생일이 다 뭐냐면서 생일잔치를 거부하고 침울하게 생일날을 보내게 되었는데
갑자기 암환자인 며느리가 광대로 변장하여 춤을 추면서 시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는 일을 한 것이다.
시어머니는 즉시 여기저기 전화로 연락하여 순식간에 여러 가족들과 이웃들이 모이게 되었으며
30여분 동안 말기 암환자인 자부는 광대 춤을 계속하면서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년 여인은 그렇게 광대 춤을 추는 동안 자신의 심신이 더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으며
타인을 행복하게 하려는 자신의 노력이 곧 자신의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이웃을 위한 사심 없는 관심과 진실한 사랑이
그에게 건강회복의 축복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면서 정말 고마운 생각이 마음을 채웠다. 
 
  우리는 그날 요한복음 11장 25-26절의 부활과 영생에 관한 하나님의 약속을 함께 읽으면서
죽음의 문턱에 선 이들에게 하늘의 약속을 소개하며 이들을 생명의 주님께 부탁하는 기도를 드렸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나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

예수를 믿음으로 죄를 용서받을 수 있고 죽어도 다시 산다는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죽음의 문턱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약속이며 놀라운 축복인가!

그날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환우들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 나는 불쌍한 환우를 문병하러 갔다가 되레 나 자신이 큰 감동과 소중한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날 나는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울고 있었다.

김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