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목

해마다 국내외 출장으로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밖에서 보내야 내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하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집을 떠나서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얼마나 불편한가! 때로는 낮과 밤이 바뀐다. 잠자는 곳이 매일 바뀌고 입맛대로 식사를 못하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 예사이다. 군대의 비상처럼 매일같이 저녁마다 짐을 풀고 아침이면 다시 짐을 싸야 한다. 길에 나서면 모든 것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여행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가! 항공료를 포함한 비용은 왜 그렇게도 비싼가? 그래서 사무실의 비용으로 공식적인 여행을 할 때는 출발과 도착 시간을 고려해 가능하면 야간 비행기를 타서 식비와 호텔 비용을 절약하고, 때로는 공항 대합실에서 혼자 새우잠을 자면서 길에서 만난 길동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전도의 기회도 얻는다. 이동의 편리를 위해 그리고 누군가 짐을 부탁할 것에 대비해 내 짐은 가장 효율적으로 적게 꾸린다. 열흘 출장이라도 속옷과 양말은 서너 개면 족하다. 매일 저녁에 샤워를 마치고 빨아놓으면 아침에는 마르기 때문이다. 와이셔츠도 빨아서 짜지 않고 걸어놓으면 아침에는 입을만하다.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도 재림교인으로서 할 수만 있다면 평생에 몇 번은 꼭 해야 하는 여행이 서넛 있다. 첫 번째가 성지순례라고 일컫는 성서배경 여행이고, 두 번째는 대쟁투 투어이고, 세 번째는 창조과학 탐사 여행이고, 마지막이 헤리티지 투어이다.

작년에 환갑이 지난 나이에 성서배경 여행을 처음하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설교를 하면서 현장을 보지 않고 얼마나 거룩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실과 다르게 표현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역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었다. 대쟁투 투어는 종교개혁의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다니엘서와 계시록의 예언을 설교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요 교인들에게는 권장사항이다. 창조과학 탐사 여행은 진화론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여실히 깨닫게 하고 창조주의 솜씨를 감탄하게 하는 여행으로 창조론을 믿고 안식일을 지키는 이들은 꼭 해야 할 여행이다. 마지막으로 헤리티지 투어는 재림운동의 발생지와 재림교회의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영원한 복음에 신속하게 성실히 전해야 할 것을 다짐하게 하는 여행이다. 나는 아직도 창조과학 탐사와 헤리티지 투어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버켓리스트에 담아놓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꼭 이룰 것을 다짐한다.

3년 전, 앤드루스 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담스팃 박사가 안내하는 대쟁투 투어의 감격이 너무나 강렬했다. 다니엘서와 계시록을 중심으로 한 예언전도회를 200번 이상이나 했었는데 이 여행에 참여하고 설교가 달라졌다. 설교자들을 만날 때마다 빚을 내서라도 한번씩 참가하도록 권유하고, 형편이 안되는 목회자를 위해서는 교회에 넉넉한 교인을 찾아 목회자를 위해 적금을 들어 도와드리라고 권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어로 하는 제대로 된 대쟁투 투어의 가이드를 해서 신자들과 목회자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과 3년 전의 감동을 다시 확인하고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대총회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대쟁투 투어에 참가했다. 이태리의 로마에서 출발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마치는 일정을 위해 로마 도착과 파리에서의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권은 몇 해 동안 모아온 마일리지로 해결하고 투어비용 2,820달러는 목회자 계속교육보조와 저축으로 해결했다. 내가 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탁월한 가이드와 별 세개 짜리 숙소, 그것만이 아니다. 내가 계란과 우유를 사용하지 않는 순수채식자(Vegan)인 것을 애써 밝히지 않아도 가는 곳마다 내 신앙과 기호에 맞는 음식이 두 주일 동안의 여행 내내 항상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 참가하는 52명 가운데 운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채식을 하고, 그 가운데 절반인 스물여섯 명이 나와 같은 순수채식주의자들이다. 입맛이 같은 사람들 그리고 가는 목적지가 같고 재림을 기다리는 희망에 사는 사람들과의 동행이 얼마나 유쾌한 경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