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목요일


아침에 일찍 파르마를 출발한 버스는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알프스 산 자락에 있는 왈덴스인들이 피해 살던 곳을 향해 가는 것이다. 3년 전에는 3월에 와서인지 멀 보이는 알프스 꼭대기가 만년설로 뒤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온 세상이 초록빛이다.

프랑스 리용의 부자 상인이었지만 가난하게 살며 말씀을 전파하던 왈도를 따르는 무리들이어서 왈덴스인들이라 불리게 된 그들은 천주교회의 신앙을 거절하고 말씀대로 살기를 원해 이교도로 몰리며 12세기부터 박해를 받아온 이들이다. 1686년에는 사보이 왕국에 의해 처절하게 살육을 당해 인구의 절반이 줄어들고, 마침내 알프스 산지의 척박한 곳에 주거를 제한당하며 다른 곳으로의 왕래가 금지되어 여러 세기를 살다가 마침내 1848년에 이르러서야 시민으로 인정을 받은 신앙인들이 왈덴스인들이다.

보비오 펠리체(Bobbio Pellice)에 도착했다. 여장을 풀어놓고 집들을 돌로 지은 마을을 돌아본 후에 처음 방문한 곳은 왈덴스인들의 박물관이다. 너무나 잔인하게 박해를 받아 긴 역사에 비해 소장품이 빈약하다. 왈덴스인들은 젊은 청년들을 모집하여 3, 4년간 훈련을 시켜 예수께서 사도들을 보내셨던 것처럼 둘씩 짝을 지어 시내로 보내 전도를 하게 했다. 상인의 모습으로 위장한 이들은 가는 곳마다 성경을 현지어로 번역하여 필사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목숨을 내건 이들이다. 이들을 바브(Barbes)라고 한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사진은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있는 남자와 설교하는 남자, 그리고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자 교사들이다. 왈덴스인들은 한 지역에 들어가기 전에 문서전도인들이 들어가서 말씀을 뿌리고, 설교자들이 들어가 말씀을 가르치고, 여인들은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하고 약품을 제조한다고 했다. 교회개척의 모델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방법이다. 우리 재림교회가 하는 일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면 출판, 전도, 교육, 의료사업이다. 왈덴스인들의 방법을 모델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일정을 마치며 왈덴스인 가이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의 질문도 많았지만 내 질문은 서너가지였다. 지금도 바브들을 훈련시켜 내보냈던 것처럼 왈덴스인 청년들을 훈련시켜 내보는가, 지금도 새로운 곳에 들어가 전도하기 전에 문서전도인들을 보내 책을 전하는가, 알프스 산속에서 겨울에 침례를 행하기 위해 물을 구할 수 없어 나무를 잘라 관을 만들어 그 안에 침례 후보자들을 뉘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도 물을 뿌리는 세례 대신에 수침의 방법으로 침례를 행하는가 등이었다. 그러나 모든 대답은 나를 실망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더 이상의 바브는 존재하지 않으며, 출판사업을 통해 문서 전도인들을 보내는 일은 없고, 수침에 의한 침례를 인정하지만 요즈음은 세례를 행한다고 했다. 우루과이에 있는 10,000명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현존하는 왈덴스인들은 30,000명, 해가 갈수록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장엄한 알프스를 올려다 보며 슬픈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바쳐가며 지켜온 신앙, 그러나 핍박이 사라지고 평안하고 안전한 때 그들이 목숨처럼 여겼던 진리의 기둥들을 하나 둘 타협하여 그들을 핍박하고 박해하던 이들처럼 변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인하여 안식일 오전에 모이는 것 외에는 거의 세상이나 다른 개신교회와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 우리의 모습이다. 렘 6:16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너희는 길에 서서 보며 옛적 길 곧 선한 길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리로 가라 너희 심령이 평강을 얻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