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에 그동안 살아온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야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아침 일찍 건장한 세 사람이 들어와서 몽골 가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미 며칠동안 집사람은 옷가지 물건 등을 정리하고 빨아 말리고 정리하여 놓았다.

가져 가야할 물건 목록을 꼼꼼히 기록하고 체크하며 짐정리를 집 사람 혼자 다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교회 관련 모든 것을 정리하고 ....,

 

해외 이사는 처음이라 그런지 국내 이사와는 많이 다르다.

모든 물건들은 박스로 다 감싼다. 심지어 피아노까지 마치 사람에게 수의를 입히고 관에 집어 넣듯 하였다.

몽골에서의 형편을 이미 알고 있기에 가급적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입장도, 조건도 되지 못하기에

생필품을 담을 때마다 갈등한다.

 

특히 마당에서 형님과 함께  만든 책꽂이, 도서관에 온 듯 온 방을 감쌌던 그 책꽂이도 이제 다른 사람의 손에 전해 주고 간다. 목회하면서 사고 읽은 많은 책들을 다 나눠주고 성경과 예언의 신과 아이들을 위한 책 정도만 컨테이너에 담게 되었다.

겉은 버리고 속만 챙겨가는 마음이다.

 

물건을 싸는 분이 말한다.

왜 이렇게 쌀과 건나물들이 많아요?

난 흑 흑 웃기만 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좋은 나라 갑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어머니께서 말려 준 시래기, 고구마 줄기와 장모님께서 준비하여 준 많은 마른 반찬류....,
이미 결정난 후 부터 어머님들은 우리의 필요를 준비하여 듀시었다.
이 마음이 어머니들의 마음이요 하나님의 마음일 것이다.

 

모든 짐을 사다리차로 실어 내리고 고향가져 갈 짐만 남았다.

이제야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목회하는 동안 여러번 이사를 하였다.

버리고 또 버려도 쌓이는 것들, 이것이 사람이다는 생각만 든다.

많은 것을 할 것 같지만 여전히 미완성이요 불완전하다는 생각만 든다.

교회 후임자가 정해 졌으니 아낌없이 모든 것을 맡기고 이제 떠나가야 하겠다.

미련처럼 남을 인생이라 그런지 모든 것을 보내고 내 눈에 사라지니 그제야 내가 가야 할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품게 된다.

 

고향으로 가져 가는 짐을 싣고 내려오면서 아내와 말없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일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