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물은 한 모금씩 조금씩 마신다.

얼굴 씻기도 아깝다.

손도 밤새 받아놓은 빗물로 자기 직전 겨우 씻었다.

발은... 평생 처음으로 안씻고 그대로 들어가 잔 후, 다음날 아침 어제 하루 종일 신은 양말을 다시 신었다.

옷도 3일째 똑같은 옷...

 

전기? 

태양열 전구 2개가 전부.

핸드폰은 '서비스 안됨'이라고 뜨니까 상관없고, 카메라는 70% 남았다.

 

화장실?

그건... 큰 일일 땐 땅을 파고 해결한다.

처음 보는 벌레들을 내려다 보며 함께 쓴다.

작은 일은 사람만 보이지 않으면 널린 땅 아무곳에서나.

오늘 바라바이크 부족 중에 '화장실 전문 기술자'가 와서 우리나라 돈 3만 5천원에 반영구적인 화장실을 만들었다.

그것도 2개씩이나.

남자용 그리고 여자용(여긴 남자와 여자와 분리되어 사는 부족 공동체)

 

식사?

하루에 1번 정식으로 우갈리(동아프리카지역의 옥수수가루로 만든 떡반죽)와 야채를 먹으면 다행.

아침에 추장님 댁까지 걸어서 인사드리고 오니 7시에 떠났는데 돌아오니 10시.

추장님은 이곳 저곳 송아지, 당나귀, 곡식창고까지 다 구경시켜 주시고는 아끼는 마음에서 환영인사만 1시간.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 길.

아, 에쉬케쉬 넓긴 넓다...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다는 건 호사.

우리가 친 장막 주변에는 늘 바라바이크 청년들로 가득.

16개가 달린 바나나도 나눠 먹고, 우갈리도 나눠 먹고...

 

잠은?

요란한 바람에 천막이 휘어 날아가버릴 것 같은 땅, 바로 그 땅 위 작은 텐트 안에서 새우잠을 잤다.

게다가 장막 중앙에 물을 받아 반갑긴 했지만 밤새 후두둑 랄랄라 빗소리에 뜬잠을 잤다.

 

아침 6시.

여기 저기서 들리는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아, 신선한 공기. 드넓은 평원, 코 끝을 스치는 이 상쾌한 촉감!

 

냐팡가 사역자와 함께 부르는 "큰 일들을 이루신 하나님께!"

그는 스와힐리어, 나는 한국어로 부르는 이 찬미 속에 벅찬 감동이 몰려온다.

"찬양해! 찬양해! 큰 소리로 찬양!!!"

이곳에 있으니 찬양이 절로 난다.

 

'바디스조디(Badisjodi, 감사합니다의 바라바이크 어)'라고 말하면

"Wewe ni Datoga"(당신은 우리 바라바이크 사람이다, 다토가는 바라바이크와 같은 말)이라며

입성 하루 만에 우리를 가족으로 인정해준 바라바이크 사람들.

 

소가 짠 생우유(바라바이크에겐 흔하지만 귀한 양식)를 선물로 내민 수줍은 아주머니까지...

 

에쉬케쉬에서 보낸 첫 날, 그리고 둘째 날.

 

몸은 찌뿌두둥하고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다.

앞으로 살아볼만!!! 하다.

 

(현재 인터넷 속도가 너무나 느려 사진은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