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교회 건축이 마무리 되면 복층으로 증축을 했으면 좋겠어. 일단 내부에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2x6(투 바이 식스) 나무를 대서 못질을 한 후 그 위에 10mm MDF 합판을 박으면 증축할 2층 공간이 확보될 거야. 그런 후 벽채를 2x4로 만들면 적당할 것 같아. , 가만 있어보자. 그것보다 이게 좋겠다.”

 

, 그래요? 생각나면 또 얘기해줘요.”

 

여보, 아무래도 프로펠러가 이상이 생겨서 디프(Deff)를 교체해야 될 것 같아. 디프 안에 있는 베어링 자체가 마모가 되었나봐. 운행 중에 웅~ 소리가 나는 게 다 그것 때문일 거야. 디프를 고치고 나면 차에 힘이 생겨서 언덕길을 차고 올라갈 때 더 효과적일거야. , 이번 기회에 기어박스도 손 좀 봐야 될 것 같아. 기어박스와 엔진 축 사이에 노이즈가 좀 많이 들리는 것 같아.”

 

나는 그런 건 몰랐는데, 당신은 잘 아네. 나한테 안 들리는 소리도 당신 귀엔 쏙쏙 잘 들리나봐요. 역시 우리 여보가 최고다!”

 

여보, 수압을 높이려면 워터펌프를 달면 될 것 같아. 그런데 물이 나오는 양도 많게 하려면 적어도 10리터짜리 전기히터를 사서 다시 연결을 해야 해. , 이건 말로 해주기 힘드네. 그려줄게. 잘 봐. , 근데, 그게 아니다. 배관을 다시 해야 되네. ,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기본적인 배관만 생각했었는데...”

 

당신은 잘 해낼 거예요. 아무리 어려운 것도 어떻게 해서든 해내니까.”

 

여보, 닭장은 말이야. 2미터짜리 강목 3x33, 4, 5(손가락을 접어가며), 아니 7개는 있어야 되고, 아이언 쉬트(지붕용 철판)는 적어도 5개는 필요할 것 같아. 그리고 1x4 짜리 철망은 하나면 충분해. 그런데 톱이랑 망치 같은 연장은 없으니까 다 사야겠다. , 닭장 뿐 만이 아니라 안에 암탉이 알 낳을 공간도 만들어 줘야 될 것 같아. 여보, 나 갔다 올께!”

 

그래요, 잘 다녀와요~!”

 

탄자니아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남편에게는 매번 다역이 주어진다.

 

선교현장에서는 복음전도자로

탄자니아의 일상에서는

때로는 경력 2년 차 목수로

때로는 중고차 판매상도 깜짝 놀라는 정비공으로

때로는 어깨너머로 배웠어요배관공으로

때로는 옆집 부총무부장님네 닭장 신축을 위해 출장까지 마다않는 재주꾼으로

 

그런 남편의 옆에서 귀가 되어 준다는 것은

 

남편의 머릿속에만 있었던 설계를 자세히 그릴 수 있도록 널찍한 도면을 펴 주는 것이며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남편의 귀 근처에서 맴돌던 소리의 원인을 찾아내고

마모된 차량 부품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며

배관 하는 사람 따로 부르지 않고 괜한 돈 쓰지 않아도

지난 1년 반 동안 찔찔찔 흐르던 화장실의 수압을 높이는 것이며

내 집 닭들뿐만이 아닌 이웃의 닭들에게도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란 가만히 들어주고

옳거니 맞장구 쳐주고

남편의 가상한 노력들에 대해 열렬히 반응하는 것.

 

귀가 되어주는 것, 참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