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아침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마흔 두 번째 이야기 -  독버섯을 먹고도 살아난 북한의 안식일교인들

2003년 2월 마지막 금요일, 연합회의 아침 예배에 초청된 "전신주 밑에 감춘 성경"의 주인공 이하양 할머니는 이제까지 밝히지 않았던 이야기 하나를 더 들려 주었다. 양식을 배급받지 못했던 안식일교인들은 독버섯이라도 먹고 연명해야 했다.



황해도 장매리 교회 출신 성도의 딸 "독버섯도 기도드리고 먹으면 죽지 않아요."

남쪽에서는 올림픽을 준비하기에 한창이던 1988년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북한에 양식이 모자라던 시절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는 아니라지만 안식일교인들이 안식일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다 아는 비밀인 이상 아무리 양식이 남아돌아도 이들에게까지 배급을 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하양 할머니보다 3년 년상의 황해도 장매리 안식일교회 출신의 리명옥(가명) 성도는 이하양 할머니가 '형님'으로 부르며 따르는 믿음의 형제였고 리명옥 성도의 자녀들도 이하양 할머니를 이모처럼 따랐다.

리명옥 성도가 세상을 떠난 후 때때로 그분의 자녀들을 돌보는 일은 이하양 할머니의 몫이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리명옥 성도의 딸을 순희(가명)를 방문했을 때 무엇인가를 솥에 넣고 있었다. 버섯이었다.
"아니 버섯을 어디서 많이 이렇게 따왔나? 아직도 산에 우리들이 딸 버섯이 남아 있나?"
그 다음 순간 버섯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하나같이 하나도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이었다. 기겁을 했다.
"얘야, 이건 모두 독 버섯이란다. 이걸 먹으면 금방 죽어. 죽어도 그냥 죽는게 아니라 데굴데굴 구르다가 죽는단다. 어서 갖다 버리거라."
"아녜요, 이모님, 독버섯이라도 기도하고 먹으면 일(문제) 없어요."
"일 없다니 무슨 말이야. 이 버섯을 먹으면 즉사하는 거야 알기나 알아?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일 없다니까요 이모님, 기도하고 먹으면 괜챦아요!"

어린 것의 믿음에 놀랐다. 독버섯도 기도드리고 먹으면 괜챦다니. 그래, 먹고 죽을 양이면 나도 먹고 함께 죽어야지... 이하양 할머니는 순희와 함께 버섯을 삶았다. 사실은 자신도 배가 많이 고팠다. 남편은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으로는 죽일 수 없으니 남한에서 보낸 간첩이란 누명을 씌어 총살형을 당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4년 후 막내 아들도 역시 같은 죄목으로 가족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이 죽을 때는 시내 곳곳에 사진을 붙여놓고 선전을 하여 시민들이 다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총살형을 집행했다. 그런 예수쟁이의 가족에게 식량배급을 기대하는 일은 처음부터 그릇된 일이었고, 정이 들 만하면 다른 곳으로 이주를 당한 것만도 일곱 번이나 되었다.

버섯을 삶아놓고 기도를 드리고는 순희에게 말했다. "너는 먹지 마라. 죽어도 내가 먹고 죽을 테니."
"하나님, 이제 이 버섯 먹으면 죽게 되지요. 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망신 당하지 않도록 곱게 죽게 해주세요. 데굴데굴 구르지는 않게 해주세요."

버섯은 유난히 맛이 있었다. 버섯을 먹은 후 죽음을 기다렸다. 그런데 버섯을 먹은 지 세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기도 응답 때문에 통증도 없이, 데굴데굴 구르지도 않고 곱게 죽게 되는 것일까? 죽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죽어지지를 않았다. 옆에 있던 순희가 말했다. "그것 보세요, 이모님. 독버섯도 기도드리고 먹으면 안 죽는다고 했쟎아요."

독버섯을 먹고 죽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막 16:17, 18)는 약속의 말씀을 이루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