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종말 사상


제 2장 창조 기사에 나타난 종말 사상

1) 혼돈과 공허는 종말적 사상이다


  창조는 지구에 생명을 시작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 생명이 시작되기 전 사정은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상태라고 가르친다.

  세상에 죄와 사망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표상을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에서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표상적 예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론에서 말했듯이 하나님이 모세에게 계시로 창세기를 기록하게 하신 것은 단순히 창조의 사실과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만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성경 전체의 기록 목적은 죄로 인하여 죽은 인류를 영원한 생명으로 살게 해서 하나님과 함께 영원한 나라에서 살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에 기록된 사건들은 모두 구속사적인 표상적 의미를 지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창조는 새 창조의 표상이 된다. 그런데 이 새 창조는 종말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창조에 관련한 혼돈, 공허,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것은 새 창조 전에 있을 종말의 상태를 표상적으로 보여 준다는 이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음 말씀들은 종말과 관련하여 지구가 혼돈하고 공허할 것을 지적하는 말씀들이 아닌가?

  “내가 땅을 본즉 혼돈하고 공허하며 하늘을 우러른즉 거기 빛이 없으며 내가 본즉 사람이 없으며 공중의 새가 다 날아갔으며”(렘 4:23, 25).

  “땅이 온전히 공허하게 되고 온전히 황무하게 되리라. 여호와께서 이 말씀을 하셨느니라”(사 24:3, 4).

아직은 이 지구가 환경에 있어서는 이렇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성(人性)은 벌써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주께서 재림하셔서 이 지구에 간섭하시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시기 전에 이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게 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인 것이다.

  예수님이 재림하신 후, 일 천년 동안 사단을 무저갱에 가두는 일이 있다고 성경은 말한다.

  “또 내가 보매 천사가 무저갱 열쇠와 큰 쇠사슬을 그 손에 가지고 하늘로서 내려와서 용을 잡으니 곧 옛 뱀이요 마귀요 사단이라 잡아 일 천년 동안 결박하여 무저갱에 던져 잠그고 그 위에 인봉하여 천 년이 차도록 다시는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하였다가 그 후에는 반드시 잠깐 놓이리라”(계 20:1-3).

  용을 잡아 무저갱에 일 천년 동안 가두었다가 일 천년 후에 잠깐 놓으면서 곡과 마곡의 전쟁이 있고, 그 후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서 용 곧 사단과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불태우고, 그렇게 불로 정결하게 된 지구에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신다.  이렇게 새 하늘과 새 땅이 창조되기 전에 무저갱이 형성되는 것을 본다.

  무저갱이라고 번역된 말은 헬라어로 “아뷔소스(αβυσσος)”인데, 70인역에서 창세기 1:2의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에서 “깊음”을 “아뷔소스”로 번역하였다. 이런 번역에 의하면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기 전에 이 지구는 깊음의 경험에 또 한번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태초에 지구를 창조하시는 과정에 있었던 상태가 종말 곧 신천지를 창조하기 전에도 있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을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셨으며”(유 1:6).

  “하나님이 범죄한 천사들을 용서치 아니하시고 지옥에 던져 어두운 구덩이에 두어 심판 때까지 지키게 하셨으며”(벧후 2:4).

  이 말씀들은 다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는 말과 맥이 통한다. 아뷔소스를 설명하는 말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지구 창조 전의 상태는 새로운 지구를 창조하기 전 상태에 대한 예표가 될 수 있다. 천연계나 인간의 상태나 다 이러한 공허와 혼돈과 흑암의 깊음 상태에 빠질 때는 지구의 종말에 대한 징조가 된다. 곧 새 지구를 창조하실 것이다.         “먼저 이것을 알지니 말세에 기롱하는 자들이 와서 자기의 정욕을 좇아 행하며 기롱하여 가로되 주의 강림하신다는 약속이 어디 있느뇨 조상들이 잔 후로부터 만물이 처음 창조할 때와 같이 그냥 있다 하니 이는 하늘이 옛적부터 있는 것과 땅이 물에서 나와서 물로 성립한 것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된 것을 저희가 부러 잊으려 함이로다. 이로 말미암아 그때 세상은 물의 넘침으로 멸망하였으되 이제 하늘과 땅은 그 동일한 말씀으로 불사르기 위하여 간수하신 바 되어 경건치 아니한 사람들의 심판과 멸망의 날까지 보존하여 두신 것이라”(벧후 3:3-5).


    1) 혼돈과 공허는 종말적 사상이다

    2) 혼돈과 공허는 종말적 때와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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