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햇빛이 가장 강렬한 오후, 진한나 양이 캄보디아 전통스카프인 껀싸이 벙꺼를 두르고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있다.

사진기자 : 아드라 제공

AM 03:00
한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세수를 하고, 거실로 가서 지난 밤 자기 전에 발송한 이메일이 잘 갔는지, 파일 업로드가 중단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대부분은 전송 실패메시지가 떠 있다. 그녀는 ‘빨리 보내야 결연이 빨리 맺어질 텐데...’ 조바심을 내며 다시 전송을 시도한다.

한나는 곧 성경을 펼친다. 모두가 잠든 새벽, 하나님과 한나는 단 둘이 만난다. 한나는 이 시간 하늘로부터 하루를 살아갈 힘과 능력을 제공받는다.

AM 04:00
하나님과의 오붓한 데이트를 마치고, 한나는 영어공부를 한다. 그녀는 좀 전에 읽었던 성경절을 영어로 한 번 더 읽고 영어성경 낭독 파일을 재생해 정확한 발음을 연습한다. 그리고 매일 새로운 영어단어를 외운다. 오전 6시까지는 인터넷이 무료이므로 영어공부를 마치고 한 시간 가량 블로그(www.cyworld.com/naivekid) 관리를한다.

AM 06:00
아침식사 당번을 자처한 한나. 아침이 준비되면 성은과 한나는 함께 아침예배를 드린 후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면 성은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한나는 씻고 외출준비를 한다.
          
AM 08:00
성은과 한나는 크메르어(캄보디아어)를 배우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녀들은 모래 먼지와 매연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입도 열지 않은 채 묵묵히 햇볕을 받으며 학원으로 걸어간다. 성은과 한나는 8시 20분부터 9시 20분까지 한 시간 동안 크메르어 수업을 받는다.

수업이 끝나면, 그들은 또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시장에 들러 점심을 제공해 주시는 지역 담당자 분께 가져다 드릴 과일을 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AM 10:00
프놈펜 북부지역을 담당하는 잉 낭 목사가 한나의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고 있다.

한나는 “짬 띡(잠깐만 기다리세요)”이라고 말하고는 집에 들어가 줄자와 체중계, 카메라, 약간의 구급약품 그리고 결연이 확정된 아이들에게 지급할 교육비와 후원물품들을 잔뜩 들고 나온다.

한나와 성은은 물건들을 차에 싣고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후원자가 생겨 도움을 받게 된 아이들에게는 후원물품(쌀, 생수, 달걀, 교육비, 학용품 등)을 1주일 치씩 지급한다. 6월 둘째 주에는 미국에서 공부 중인 박윤식, 현식 형제가 방학을 맞아 단기자원봉사자로 캄보디아에 와서 한나와 성은의 일을 도왔다. 두 형제가 후원물품, 특히 무거운 물통을 날라줘 물품지급이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물품 지급을 마치고, 그녀들은 각 지역 담당자가 소개해주는 새로운 아동들의 집을 방문해서 아동 신상과 가정환경, 주거환경 실사를 한다. 취미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을 받은 아이는 눈이 반짝반짝 해진다.

아이는 외국인들이 나타나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런 관심이 싫지 않다. 아이는 엄마도 물어보지 않는 질문을 하고, 자신의 사진을 찍고 키와 체중까지 재는 이 외국 여자들이 마냥 신기하다.

성은과 한나는 가장 더운 10시부터 오후 4시에 이 모든 활동을 한다. 한나는 점점 까매져 가는 피부 때문에 속상하지만, 후원물품을 받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성은과 한나는 집에 돌아와 짐을 내려놓자마자 한글교실 수업준비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는다. 그녀들은 몸에서 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씻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낮에 나갔던 모습 그대로 수업을 하러 간다.

PM 6:00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한나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학생들이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일찌감치 와서 선생님을 반갑게 맞는 학생들의 열성에, 한낮의 활동으로 지쳐있던 한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웃으며 “잘 지냈어요!”라고 화답한다.

6살부터 33살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20명 남짓한 학생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PM 7:00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성은과 한나는 물품지급 내역서를 작성하고 결연아동에게 생긴 변화를 정리하여 기록하는 한편, 서둘러 새로 만난 아동들의 신상을 개인별로 정리한다.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저녁 8시까지 부지런히 작성을 마쳐서 이메일로 보내야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후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각자의 책상으로 향한다.

한나는 아이들의 사진과 개인신상정보를 정리하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성은은 가정환경조사서를 작성한다. 작성을 마치면 한나가 신청서와 가정환경조사서를 모아 아드라코리아 해외아동결연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발송한다.

한나는 다음날 일어났을 때 파일 업로드가 중단되지 않아서 이메일이 무사히 발송되어있기를 바라면서 씻으러 간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한나는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고 9시 즈음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