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M 2기 일본 마쯔야마교회 이원호 목사

 

어린 시절 캄캄한 밤, 어머니와 함께 구역반 예배를 드리러 가다가 길에서 돈을 주운 적이 있었다. 물론 큰돈은 아니었다. 100원이었는지 1000원이었는지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한 가지는 너무 좋고 신났었다는 것이다. 또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화장품 외판원을 하셨는데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없는 집에 홀로 들어가는 기분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가끔 집에 왔을 때 뜻밖에 어머니가 집에 계실 때가 있었다. 너무 신나고 좋은 날이었다. 그날은 우리 집에서 구역반 예배를 드리는 날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나는 구역반을 좋아했고 소그룹 활동에 대하여 세포적(?)으로 관심이 많았다.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온기를 소그룹 모임에서 느끼곤 했다.

마츠야마에 도착하여 두 달 이상을 거의 가족 모임으로 일관하던 때에 우리 가족 소그룹 외의 다른 소그룹 모임을 다른 가정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이기에 아예 생각도 안 한 것이 사실이었다. 당장 한 명이라도 안식일 예배에 누구든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보내 주셨다. 신자도 보내주시고 구도자도 보내 주셨을 뿐 아니라 좋은 이웃들도 주셨다.

5월 17일 저녁은 3주 전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한국어 교실 학생인 야마모토상의 집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야마모토상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야마모토상이 그림에 대한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후에 방문했던 우리 교회 제1호 침례자인 타마이상도 그림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집안에 그림도 많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같이 모여 보자고 제안을 했고 얘기는 잘 되었다.

그 주 일요일은 작년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사카 모토상과 우리 가족 그리고 야마 모토상이 일요일 오후에 버찌 농장에 놀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약간의 돈을 내고 먹고 싶은 대로 따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구도자들과 함께 놀러 다니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 중의 하나이다. 놀기도 하고 전도도 하고,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격이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그림 얘기가 나왔다. 요즘 일본에선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려서 엽서를 보내는 것이 유행이다. ‘에테가미’라고 부른다. 사카모토상도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는 버찌 농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방구에 들려서 그림엽서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구들을 함께 구입했다.

드디어 5월 24일, 세포적으로 좋아하는 소그룹 모임이 시작되는 날이다. 나는 좀 떨리기까지 했다. 1부는 성경 공부, 2부는 그림엽서 만들기였고 장소는 타마이상 집이었다. ‘인간의 본능 - 신앙’이라는 주제로 성경공부를 하고 그림엽서를 함께 그렸다. 제일 쉬운 것이 나뭇잎이기에 나뭇잎을 그렸다. 타마이상이 잘 지도해 주었다. 각자가 그린 이상한 나뭇잎들을 보고 서로 웃기도 하고 칭찬도 했다. 얼마 전에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그림엽서를 하나씩 보냈다. 아주 좋은 반응이었다.

이제 막 시작된 소그룹 모임이 제2, 제3, 제4그룹으로 분열되고 퍼져 나가길 기도한다. 며칠 전에 타마이상은 20년 된 낡았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에어컨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남편을 졸랐다는 것이다. 소그룹 모임 장소로서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세심한 부분까지 노력하는 그 마음이 읽혔다. 고마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하나님께서는 이미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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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 활동으로 만든 손님의 날 초청 그림엽서들4.jpg

요리교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