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금

 

왈덴스인들의 마을에 있는 재림교회를 방문했다. 왈덴스인으로는 유일하게 재림교인이 된 롱 목사는 연로하고 병들어 만나지 못하고, 13년 전에 프랑스에서 와서 선교사로 일하는 다니엘라 선교사가 교인들을 맞이했다. 13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지만 왈덴스인들을 얻지는 못하고, 왈덴스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이들을 얻을 수 있었다. 130년 전, 화잇 부인 생존 당시에는 세 명의 선교사들이 왈덴스인들을 위해서 일했는 데 지금은 한 명의 선교사가 일하고 있었다. 이태리 교회연합이 너무나 재정적으로 연약하여 다니엘라의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다니엘라로부터 매달 200유로(30만원 상당)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다니엘라는 마사지를 하며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왈덴스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13년간 사용하던 낡은 성경책에는 이름도 쓰여있지 않았고, 밑줄을 그은 표시도 없었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 주기 위해서 자신이 읽은 성경에는 이름도 쓰지 않고 밑줄도 긋지 않는다고 했다.

 

다니엘라 선교사의 안내로 프라 델 토르노(Pra del Torno)에 있는 바브 대학을 방문했다. 대학이라고 해야 10여명의 바브들이 훈련을 받는 곳, 알프스 산자락, 피드몬트 깊은 계곡에 있는 돌을 주어다지은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는 그들이 성경을 베끼던 커다란 돌판이 놓여져 있었다. 계시록 12장을 설교할 때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던 그 돌판이었다. 이들은 여기서 훈련을 받고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프랑스로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오늘날에도 왈덴스인들이 바브 선교사들처럼 활동한다면 얼마나 진리를 찾아서 주님 앞에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오후에는 동굴 교회를 방문했다. 일제시대, 징병을 피하기 위해 적목리에서 벌목을 하며 숨어서 신앙을 지키던 한국 재림교회의 선구자들 생각이 났다. 동굴 입구는 좁아서 한 사람이 업드려 겨우빠져 나가기에게도 힘들었다. 동굴을 따라서 들어가자 수 십명이 몸을 숨기며 예배드릴만한 공간이 나타났다. 한 왈덴스인 안내자 뒤따라 들어와 횃불을 밝히자 어두움이 자리를 비켜주며 물러났다. 순례자들이 부르는 “자비로운 주 하나님”이 조용히 동굴 속을 메아리쳤다. 12,600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