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음식


어느 집에 초대를 받아 가든지 이들의 메뉴는 매 끼니별로 거의 같다.
메뉴라 해봐야 없는 가운데서 차리려니 몇 가지 되지는 않지만,
특이한 것은 어딜가나 콜라나 환타 등의 음료수를 한 사람당 한 병씩 주는 것을
최고의 대접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메뉴는 채식이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 내가 먹기에는 아주 좋다.
사실 채식중심의 간단한 식탁에 대한 정보가 내가 이 곳 콩고를 선교지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나는 감자와 옥수수는 한국과 다르지 않아서 굳이 적응하려 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야채들은 대부분 삶아 놓거나 섞어서 볶아 놓기 때문에 보기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뭐 먹어보면 나름 맛이 괜찮다.
가끔은 신선한 야채를 좀 먹고 싶은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상추잎을 조금씩 잘라놓는게 그나마 생생하지만, 여럿이 먹는데 겨우 몇 장 정도 놓아둔다.


너무 가난해서일까, 이들의 식탁은 늘 양이 좀 적다.
그래서 토마토 한 조각 더 먹고 싶어도 너무 미안해서 먹을 수가 없다.
왠지 주인을 위해서 남겨야 할 것 같다.
주인은 손님과 함께 식사를 시작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음식을 담는데,
특히 여주인은 손님과 함께 식탁을 대하는 일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채식위주의 적은 양은 위를 편하게 해줘서 좋은 면도 있다.
어느새 뚱보아줌마의 배도 좀 들어가고 오기 직전에 샀던 꽉 끼던 옷이 헐렁해졌다.


아침: 이 나라 사람들은 아침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식사는 아주 간단하다.
식빵 한두조각에 홍차 비슷한 티에 설탕이 보통이고 조금 잘 먹으면 버터나 잼을 발라 먹는다.
아침식사를 늘 제대로 챙겨먹던 우리는 처음에 좀 황당했다.
사실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개혁을 시킬지 아니면 문화를 존중해서 그대로 둘지 고민이기도 하다.


점심,저녁: 비교적 잘 먹는 편이다. 점심과 저녁에는 항상 밥이 있지만 딱히 반찬이 될 만한게 없다.
이 사람들은 반찬의 필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밥만 소복이 담아 놓는다.
그리고, 펄펄 날아가는 밥에 삶은 채소, 잘 먹으면 계란 한 조각 나오는데,
포크만 놓는 경우가 많아 숙련된 기술을 요하기도 한다.


이들의 식사 습관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손님이 왔을 때 항상 따끈한 물과 비누를 준비하는 것이다.
물이 부족함에도 손님들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문화이다.
또한 이들은 집주인이 손님들을 위해 축복기도를 한다.
한국에서는 방문자가 그 집을 위해 기도하는 것과 사뭇 다르지만
서로를 위한 축복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리라 생각한다.


콩고에서 밥상을 대할 때마다 목자의 시가 생각난다.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목자의 모습, 오랜 내전 때문에 고단한 그들의 삶 속에서도
성대하지는 않지만 정성스럽게 차린 상 앞에서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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