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결혼식

콩고에 온 지 한 달만에 콩고의 결혼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키순주 대회장님의 아들 결혼식에 초청을 받았다.


여긴 결혼식을 여러 날씩 한다. 정부관리들 앞에서, 교회에서 등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날에 여러번 식을 올리고
그 기간동안 동네 사람들도 함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 목사는 이틀 앞서 열린 정부 결혼식에 참석해서 사진도 찍어주고,
이틀 뒤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에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참석했다.
외국인이 이 나라 전통복장을 입고 참석해주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옷을 맞춰입고.
하루 전 날 대회장님께서 보내주신 차를 타고 가서 하룻밤을 자는 동안 극진한 귀빈 대접을 받았다.
거리는 약 22km정도이지만, 차도 없고, 길도 험해서 하루 전에 가야만 했다.


저녁 해 질 무렵 도착했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준비하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술렁이는 하룻밤을 잘 보내고, 일찌감치 교회로 향했다.


10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결혼식은 40분이 늦어진 10시 40분이 되어서야 시작이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이 나라의 복장을 한 우리 가족은 애써 구경꾼들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태연한 척 해야했다.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자, 신랑은 진행자, 주례자, 기도자와 함께 등단하고,
20여명의 들러리들과 신부가 숨넘어 갈 만큼 천천히 입장을 했다.
한 발을 두 스탭씩 걸으며 들어오니 신부입장만 40분이 걸렸고,
신부의 뒤를 따라 친구와 가족들이 같은 스탭으로 들어왔다.


신부입장 후 대부분의 순서는 한국과 거의 비슷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한국에서는 신랑 신부와 함께 주인공 대접을 받아야 할 양가 부모들의 자리였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의 평범한 옷을 입고, 맨 구석 자리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가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부모들이 왔다고 손님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그 대신 맨 앞의 중심 -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사람의 자리에는 먼저 결혼한 친구 부부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결혼 생활의 상담자격이라고 한다.


모종의 순서들을 마치고, 신랑 신부가 퇴장을 하는 시간, 우리는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지만
퇴장은 시작부터 마치는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들러리들이 앞서고,
신랑신부가 나가면 그 뒤를 친구와 가족들이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두 스탭에 한 걸음씩 따라 나가는데,
교회 밖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서도 신랑신부가 탄 차를 따라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축하를 해 주는 것이었다.
12시30분에 퇴장을 시작하여 우리도 주인공의 행렬을 따라 나갔는데,
식사 장소에 거의 3시나 되어서야 들어갈 수가 있었다.


축하의 행사는 식사 장소에서도 계속 되었다.
하객들은 주인공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주인공이 들어오자 또 다른 행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신랑 신부는 중요한 손님들에게 케잌과 치킨등의 선물을 주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 때 우리도 케잌을 한 조각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 다음 식사를 하는데, 식사의 자리도 정해져 있었다.
여기서도 신랑신부의 옆에는 친구부부의 차지였고, 부모들은 손님석에 자리가 있었다.
우리는 귀빈석으로 인도를 받았는데,
한 가지 당황한 것은 같이 들어간 말렘베 목사님의 가족과 다른 배석을 받았던 것이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 쯤 친구와 손님들이 들고온 선물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저마다 비싸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선물의 의미와 용도를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선물을 가져온 줄이 너무 길어 10정도 소개를 하고,
나머지는 커다란 보자기를 두 사람이 들고, 거기에 모두 던지고 들어갔다.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이런 결혼식에 바쁜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참석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안그래도 지루한데, 말도 못 알아 들으니 무척 힘이 들긴 했지만,
정말 의미있고, 엄숙하며 오래 남는 결혼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 부부 제조기"라 불리우는 한국의 예식장들, 15분이면 여러쌍의 신혼부부가 쏟아져 나오고,
신혼여행지에서 이혼하여 돌아오는 지금의 결혼 문화에 비해,
하루 종일 아니 여러날을 결혼식으로 보내며 천천히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는 느리고 느린 결혼 문화를 비교해 보았다.


문득 15년전 폐백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렸던 우리의 결혼식이 생각났다.
그 때 우리는 너무 힘이 들어서 다시는 결혼하지 말자고 했었다.


원시 부족 국가들 중 보기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 나라 콩고,
어쩌면 결혼식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


콩고의 결혼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다와리"라고 하는 일종의 신부 지참금이다.
신랑이 신부를 데려올 때 신부의 집에 염소 10마리를 반드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막론하고 똑같다고 한다.
만약 집이 너무 가난해서 10마리를 줄 능력이 안되면 4마리나 5마리를 먼저 주고, 나머지는 살면서 갚아야 한다.
아예 안 주는 법은 없다고 한다.

결혼식을 치르는 동안 여왕의 대접을 받는 신부의 얼굴과 무거운 장작더미를 지고 가는 여인네들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비싼 지참금을 가지고 귀하게 신부를 데려와서 그렇게 죽도록 일만 시키는지.
흡사 노예를 사오는 것 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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