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졸업식

누구에게나 졸업은 영광스러운 것이다. 힘들게 공부한 만큼 축하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콩고의 졸업식은 유난히 거창하고 축하도 요란스럽다.


대학을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졸업을 하는 한국과는 달리 이들은 졸업을 하기 위해 모든 과목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아마 졸업을 하는 이들중에 몇 번의 낙제를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졸업이 너무나 소중할 수 밖에...


루캉가 삼육대학의 졸업식에 초청받았는데, 졸업식을 3일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금요일부터 가서 일요일까지 게스트 하우스에 묵어가면서 졸업식에 참여했다.


금요일 저녁과 안식일 아침에 졸업생을 위한 예배를 드리고, 메인 졸업식 행사는 일요일 아침 10부터 오후 4시쯤까지 진행되었다.


한국 같으면 졸업식 당일 2시간이면 족할텐데, 3일씩 하면서 종일을 해도 그다지 지겹지 않은가보다. 콩고 사람들의 인내심이야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모든 행사가 다 끝날 때 까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축하객들과 주변 동네에서 온 구경꾼들도...


매일의 순서는 항상 졸업생들의 행진으로 시작이 되는데, 결혼식에서부터 보아온 콩고 특유의 독특한 스텝으로 교회 밖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와서 지정된 좌석에 앉을 때까지 약30분의 시간이 걸렸다. 예배의 행진은 30분 걸렸지만, 메인 행사의 행진은 언덕의 교회를 한 바퀴 돌아서 언덕 아래의 행사장까지 거의 1시간이 걸린 듯 했다.

정목사와 나는 사진과 비디오를 찍어야 했기 때문에 이들 행렬과 같이 했고, 어떤 때는 이들보다 빨리 가기 위해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가기도 했다. 마치 미션임파서블을 진행하듯..


행진이 끝나고 졸업생들이 지정된 자석에 앉자, 일반적인 순서들이 천천히 진행되고, 졸업생들이 각 과별로 학위를 수여받았다. 우리가 당황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학위를 받은 졸업생들이 관중을 향해 돌아서자 가족들이 환호를 부르며 춤을 추면서 뛰어 나와 포옹을 하고 졸업생과 키스도 하며, 어떤 가족은 주인공을 덜렁 들어서 헹가래를 치기도 했다. 아마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 긴 순서들을 무던히도 참았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신학과의 졸업생들은 현직 목회자인 경우가 많아서 사모님들이 춤을 추면서 축하를 해주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다. 신학을 미처 졸업하지 못한 목사님들이 정식채용도 안된채 목회하면서 공부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모든 과의 학위수여와 축하행사들이 마쳤을 때, 정목사와 나는 이제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행진을 촬영하기 위해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서 기다렸다. 하지만, 정치인등 3명의 외부인사의 연설이 또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무리 기다려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결국 마지막 행진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카메라와 캠코더의 밧데리도 거의 끝나가기도 했고, 배도 무척 고팠는데, 구세주라도 된 듯 손님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졸업식 행사 자체는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내년엔 제발 초청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행사 혹은 기념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런 성격이 나를 안식일을 지키는 일에도 한몫을 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느 누구에겐가 정말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져 있는 날, 누구에겐가 정말 중요한 날이라면 마음을 다해 함께 축하해주고, 다른 사람이 축하해 주는 것 까지도 기다리면서 의미를 나누는 이 곳의 문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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