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은혜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히스핸즈 단기선교-대만 봉사대가 이제 정말 거의 마쳐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아직 남아있는 몇일이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봉사대를 떠나기 전에 김정곤 목사님께서는 누가복음24장 15절의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여행’에 대한 성경절을 펴시며, 예수님께서 우리를 은혜로 택하여 주셨고 은혜 안에서 이끄실 것임을 봉사대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이 봉사대에 대해서 우리가 느끼는 개념이나 의미, 계획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느끼고 있었고 하나님께서 미리 정하신 것 같았다. 대원들 각자는 다양한 직업과 나이, 교회에서의 직분이 있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기 원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 딴에는 교회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열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런 뻔뻔함은 아버지의 자비와 용서를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나의 삶에서 하나님께 받은 복이 많이 있지만, 일한 것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나를 대접해 주신다’라는 느낌은 이 봉사대를 통해서가 처음이었다. 우리는 먼저, 1주일간 필리핀의 천명 선교사 캠프와 선교지 방문, 쎄부에서의 하늘을 체험하는 안식일을 가졌다.


이번 봉사대의 총무를 맡으면서 제정의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많이 기도했었는데.. 그 기도를 드리는 순간 “모든 것을 채워주겠다”는 음성을 들었다. 필리핀에서는 계획에 없었던 초대를 매일 매 끼니마다 받았었다. 제정은 고사하고 그 풍성한 음식들을 그릇에 담고 식사 기도를 할 때면, 한번은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 했었다. 깊은 마음 속에.. “내가 뭔데 하나님.. 제가 뭘 했길래 이렇게 저희를 먹이시나요...”



이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데리고 다니시며 입히시고 먹이시고 특별히 천명 선교사들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닫게 하셨다. 고린도전서 1장의 말씀처럼.. 세상에 대하여는 미련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달리신 것만을 아는..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만에서의 전도회 첫날은 이란 지역과 대만의 국교인 불교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하루였다. 집집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신상이 있었고, 거의 모든 집 문설주에는 붉은 색의 부적같은 것이 걸려 있었다.



첫날 피드백을 하며 우리의 부족했던 면들을 많이 느꼈고 기도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예배의 진행을 맡았기 때문에 하나님께 말씀을 주시라고 기도를 했다. 어떤 성경절을 찾다가 뜻밖에 출애굽기 20장 18절을 펴게 됐다. 26절까지 묵상을 하고 그것으로 LT주제를 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하나님께 직접 나아가지 못하고 모세에게 의지를 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비겨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읽으며 우상을 섬기는 대만의 사람들을 떠 올렸다. 그들과 하나님 사이를 가로막은 죄와 무지함.. 그리고 그들을 위해 어둠 가운데 계신 하나님..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지도자 모세에 대해여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본당에 갔다. 먼저 기도를 하고 말씀을 다시 묵상하는데.. 기도가 쉽게 끝나지 않았고 말씀도 그랬다.



둘씩 짝을지어 말씀을 나누면서 25절에 ‘네가 내게 돌로 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에서 정이 뭔지 몰라 옆의 친구에게 영어 성경을 빌려 읽어보았다. 어느 순간에 그 문장이 이해가 되었는데.. 마음에 울컥하는 것이 있었다. 인간의 생각으로 더 잘해보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에 도구를 대고 제단을 쌓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께 부정하게 된다는 그 것을 읽으면서.. 벌써 전도회의 하루가 지났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연약한 인간 삶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백합 한송이 보다 못하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예배의 마지막 그룹기도가 끝났는데 갑자기 “오늘 금식을 해라.. 오늘 하루를 하나님께 드려라”라는 음성을 들었다.



자랑이 아니지만 여태껏 금식기도를 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날 아침 마음에 울리는 그 음성은 너무 강한 음성이었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동안 계속 들렸지만,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오늘은 손님도 많으니까 나만 빠지면 좀 이상할꺼야.. 하루 종일 전도회 해야 되는데 잘 먹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떠왔다. 이상하게도.. 수저를 드는 그 순간까지도 음성이 계속 들렸지만 그것을 무시했다. 국에 있는 두부를 한조각 들어올리며 옆에 앉은 언니에게.. “어! 목사님 어디 가셨어요? 금식하시나??” 라고 물었다. 언니가 “목사님 금식하셔!”라고 대답했는데..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했고,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에 밥맛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는 곧 방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무릎을 꿇었다. 참 부끄러웠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그리 배불리 먹이셨는데... 내 믿음이 두부 한조각 만도 못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개하는 기도와.. 전도회와 떠오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한복을 차려입고 파트너 언니와 현지 교인 아저씨와 함께 이튿날 전도를 나갔다. 우리는 세븐 일레븐 앞에서 한 여학생을 만났다. “니 하오! 꽁시꽁시”를 외치며 우리가 준비한 전도카드를 중국어로 읽어 내려갔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 학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니 쯔다오 타 스 세이마?(혹시 그분이 누군지 아십니까?).. 타 찌우 스 예수(그분은 바로 예수님 이십니다..)” 그런데 ‘예수’라는 이름을 말하고 난 뒤에 한가지 생각이 스치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분이 예수님이고.. 그래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났고.. 내가 이 먼 땅 대만까지 와서 만난 당신에게.. 나를 지금껏 인도하신 분이 예수님 이라고 지금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파트너 언니는 말을 잇기 힘들었던 나 대신 전도카드를 읽어갔다. 그 여학생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정말 예쁜 눈을 가졌었고..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얼굴로 나에게 휴지를 건내 주었다. 나는, 그 아이가 하늘에서 내게 찾아와 “내가 언니 때문에 하늘에 오게 됐어요!”하며 내 면류관에 생각지 못한 별을 달아주는 상상을 몇 번 해보았다. 내 마음이 감동되는 순간.. 나는 금식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는 내게 금식기도의 음성을 들려주신 그 뜻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오전 내내 영혼에 대한 기도를 드리지 않았다면.. 이 영혼을 만났을 때 간절함이 있었을까... 하나님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풍족한 가운데 먹을 것 한번 드리지 못하면서 전도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인 나의 연약함을 알기 때문에 그랬다... 그 외에도 그날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함으로써 내가 얻은 은혜는 너무나 컸다.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케 되며 도살할 양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롬8:36)



한 마리의 양이 죽고.. 또 다른 한 마리가 죽고.. 마치 종일 양들이 죽임을 당하듯 우리 모든 대원들이 동시에 깨달을 수는 없지만, 한명씩 한명씩.. 하지만 세상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하나님 앞에 스스로 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께서 우리의 발걸음과 시간과 마음을 인도하고 계신다. 이 안식일 늦은 저녁에도.. 구도자와 대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에벤에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