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M 2기 일본 코후교회 이창섭 목사

 

일본에 선교사로 와서 성도님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인사 가운데 하나가 우리 동포들을 위해 헌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사를 받을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오히려 ‘내가 감사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선교사로 와서 본국에서는 받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축복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일본의 성도님들과 교제하며 함께 협력하여 일하는 축복이다. 물설고 낯선 외국 땅임에도 어찌 그리 같은 마음이 되어 형제처럼 일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6월 첫째 주에는 일본 연합회에서 문서전도자 8분이 코후 교회에 오셔서 일주일간 집집방문을 하시며 복음을 전하셨다. 일본에 와서 집집방문을 꼭 해보고 싶던 나로서는 집집방문 하는 법을 배울 좋은 기회이기에 매일 그분들과 조를 지어 나가게 되었다. 첫날은 연합회의 문서전도 차장이신 이케다 선생님과 함께 짝을 지어 나갔다. 처음에는 그분이 하는 것을 유심히 보면서 뒤에서 따라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해보라는 것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벨을 누르자 현관문이 열리고 한 분이 나오셨다. 서투른 일본말로 내가 온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상대편이 웃는 것이었다. 후에 생각해 보니 서툰 외국어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렇게 나흘을 일했더니 집집방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게 되었다. 매일 파트너를 바꿔 가면서 일하고 나니 일본 문서전도인들과도 매우 친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분들의 영혼을 사랑하는 열정,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되어 나도 같이 행복함을 느끼게 되었다. 4일간 10명이 2천7백 곳 정도를 방문하고 1천5백 장의 전도지를 뿌리고 서적들을 전달할 수 있었다. 찾아간 집들의 많은 곳이 부재중이거나 또 만나도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나님께서 뿌린 씨에 대한 결과를 나타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모두 일하였다.

4일째 오전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아내가 흥분된 표정으로 한 소식을 전하였다. 내용인즉 모두가 방문을 나가 있던 오전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와 받았더니 가까이 사시는 후카자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 분이 이번 주에 자녀를 데리고 교회에 나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성경책은 친정에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교회에 다녀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아내가 말했다. 모두 매우 기뻐하며 어떤 분은 누가 방문 갔던 지역이냐고 묻기도 했다. 나도 매우 기대가 되었다. 어떤 경로로 교회를 나올 마음이 생긴 것일까?

그리고 기다리던 안식일이 왔다. 9시 30분이 되자 한 여성분이 꼬마 아이를 데리고 교회 현관에 들어오셨다. 첫인상도 좋아 보이고 교회 프로그램에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안교가 끝나자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가가서 어떻게 교회에 올 마음이 생겼는지 물었다. 대답은 목요일 아침 자기 집을 방문한 두 분으로부터 코후 교회 안내지를 받고 마음이 움직여 즉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이전 영국에 살 때 일요일 교회를 나갔었는데 일본에 돌아와서도 교회를 나가려고 했으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못 나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의 교육적인 면을 고려하던 중 이렇게 초대를 받고 나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교회 처음 나오려면 용기가 필요하네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 나는 문서전도자들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설교하였었다. 그리고 그날 오전 후카자와상에게 전도지를 건네준 와가상은 가까운 미술관을 들러 내가 한 설교를 기억하며 밀레의 씨 뿌리는 장면이 담긴 엽서를 사 와서 모든 분들에게 나누어 주며 이러한 정신으로 일하자고 격려하였다. 정말로 우리의 뿌린 씨는 허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뿌린 씨의 진정한 결과는 하늘에 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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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전도인이 전해준 코후교회 전도지를 보고 교회에 찾아온 후자카와 씨의 모습(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앉은 안경 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