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숙란(王淑蘭)

대만 싸루 교회(PMM 2기 나인수 목사)

 

     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상대방은 서툴게 중국어를 하는 외국인 선교사였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싸루 교회로 초청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기에는 싸루 지역에 안식일교회가 없었는데, 주소를 알려주며 금요일 저녁 집회에 초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예전에는 안식일교인이었으나 그 당시는 교회를 떠나 안식일을 준수하지 못하는 잃은 양이 된 상태였다. 교회에 갈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선량한 느낌이 드는 선교사의 초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선교사와 전화로 약속한 대로 며칠 후 금요일 저녁 집회에 참석하러 싸루 교회를 찾아갔다. 귀여운 네 명의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한국인 선교사 가정이었다. 그들은 반갑게 나를 맞이하여 주었고, 그들의 웃음 또한 성실하게 보였다. 몇 개월 동안 출입하면서 어느새 나의 차가운 마음은 눈 녹듯 녹아 버렸다.

     사실, 처음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던 그때는 내 결혼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국적이 다른 필리핀 사람과 결혼 후 필리핀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지만, 낯선 땅에서의 결혼 생활이 익숙지 않아 갑자기 도망치듯 대만으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던 때였다. 나 자신을 가둬 버린 채, 남편과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런 해답도 없이 절망 속에 살고 있었다. 너덜너덜 지친 마음에는 희망도 없었고 꿈도 없었고, 사랑도 이제는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로 끊임없이 다투었고 사실상 우리 결혼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를 잊지 않으셨던 것이다! 비록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나는 하나님을 잊었지만, 하나님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는 선교사 가정을 통해 다시금 나를 회복시킬 길을 준비하셨던 것이다.

     “짧은 인생에서 서로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서로 다투며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라는 목사님 말씀이 다시금 나 자신과 가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따뜻한 교인들의 사랑과 기도로 딱딱한 마음이 부드럽게 녹기 시작했고, 교회에 가는 날이 늘어갈수록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가까이 다가와 계셨던 그분의 존재를 점점 더 마음 깊이 느끼게 되었다. 남편과 문화 차이로 생기는 다툼도 감소하였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일과 생활, 결혼, 아들과의 관계 모두가 변화되었다. 똘똘 뭉쳐 절대로 풀어질 것 같지 않았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이 성령님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하나님께 매우 감사한 것은 2007 1월 전도회 기간 중 나의 여동생 부부가 한국에서 온 천사와 같은 봉사자들의 헌신으로 하나님의 감동을 받아 침례를 받고 새롭게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다. 너무나 마음 든든하고 행복하다! 현재 나는 싸루 교회에서 어린이반을 지도하는 교사가 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바라기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묵묵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천사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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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