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M 2기 대만 싸루교회 나인수 목사

 

작년 초(2005년 1-2월) 언어연수를 마칠 즈음, 대만 중부지역인 싸루(沙鹿)로 배정을 받고서 교회 건물을 찾아야 했습니다. 함께 온 선교사들은 공부도 뒤로 미룬 채 며칠을 각자 배정받은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저희도 며칠째 돌고 또 돌며 교회 건물을 구하러 다녔지만 가격과 조건에 맞는 건물은 없었습니다. 간신히 괜찮은 위치를 찾았는데 그곳에 여러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건물 앞 도로에서 옛날에 죽은 이웃집 아저씨를 봤다는 이야기, 그곳 터가 공동묘지를 재개발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았지만 그곳의 위치와 건물크기가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집주인 아저씨와 저희가 이야기할 때는 모두 의견이 맞았으나 막상 이곳 행정자가 와서 계약할 때는 서로 의견이 또 달라 결국은 계약을 못했습니다. 다음 기 선교사들이 다음 주에 우리가 사는 집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이사는커녕 이사 갈 집계약도 못한 상태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다시 건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거의 다 찾아본 집들이라 여호수아가 여리고성을 묵묵히 돌듯 저희 부부는 또다시 돌았습니다. 그때 장소가 좀 괜찮은 곳을 찾아갔지만 세놓는 집은 없었습니다. 그때 판다는 표시가 붙은 전단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저 집 판다고 했는데, 혹시 월세로 돌릴 수 있는지 한번 물어보자.” 옆집에 들어가 집주인의 전화번호를 물으니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나이 드신 어른들은 대만 본토 말을 합니다.) 아주머니가 우리가 그 집을 사겠다는 줄 알고 부동산에 연락을 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우리는 이 집에 세 들고 싶다며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일단은 문의가 들어왔으니 집주인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부동산 업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설 이전에는 절대 안 된다며 팔아야 한다고 했는데…. 아무튼 주인이 맘이 바뀌었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계약하잡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습니다.) 일이 잘 풀려 월요일에 계약하고 수요일에 이사했습니다. 이사한 곳은 시내 중심가에 있었고 집이 꽤 커서 값이 비싼데 우리는 희한하게 싸게 들어온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생각지도 않은 이 지역에 교회를 정해 주신 이유가 뭔지 몰랐습니다. 그곳은 예전에 우리가 계약하고자 한 곳과는 정반대 지역이었으니 말입니다.

교회 홍보를 위해 이곳저곳 전도지룰 돌리다 싸루 교회의 첫 열매인 황쑤윈 자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회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틈만 나면 궁금해서, 맛있는 것이 있어서, 모르는 것이 있어서, 나중에는 성경을 가르치러 그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7월 말에 싸루 교회의 첫 열매로 그 가정이 침례를 받고 거듭났으며 막내아들인 꿔후빵 군도 작년 12월 전도회 때 꼭 침례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타이완합회 선교부장님이 못 이기고 침례를 주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PMM을 지원 할 때부터 기도한 것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교회의 첫 열매가 아름다워 나중에 맺는 열매가 그를 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과연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셨습니다. 황 자매는 교회의 모든 일에 솔선수범합니다. 그녀는 원래 백혈병에 걸려 언니에게 골수를 이식받았습니다. 하지만 언니도 자신도 각각 세 명의 아이를 낳은 뒤라 유전자가 많이 바뀐 상황에서 골수를 이식받아 황 자매의 몸이 언니의 골수를 적으로 여겨 부작용을 일으켜 폐와 척추가 내려앉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남편도 옛날 그야말로 잘나가던 시절(큰 인쇄소운영) 친구가 좋아, 사람이 좋아, 술이 좋아, 부절제하게 살다가 사업의 실패로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황자매가 말합니다. “우리가 목사님을 만났을 때는 우리에게 가장 안 좋은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희망도 없고 기쁨도 없고 그나마 콧구멍만한 가게도 안 되어 때려치우려던 참이었어요. 가계 계약이 6월 말 까지라 그때까지 기다리던 참인데 하나님을 만나고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이웃에 바로 기댈 수 있는 목사님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목사님이 이곳에 이사 온 것은 우리 때문이에요.”

하나님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우리는 낯선 싸루에서 멋진 첫 열매를 만났고 그들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황 자매는 지금 싸루 교회의 재무를 맡아 교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집사님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수석집사님처럼 일을 합니다. 이후에 침례 받은 사람들이 황 자매의 본을 받아서인지 교회 일에 열심입니다.

1년이 지나고 집계약이 끝났을 때 저희는 다시 재계약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계약기간이 다 끝날 때까지 말을 않다가 갑자기 집을 비워 달라고 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팔아야 한다며, 사정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가까운 곳에, 예전보다 작은 평수지만, 다시 집을 구해 이사했고 들뜬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이젠 또 어떤 귀한 영혼을 보내 주시려고 이곳으로 옮기게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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