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의 39번째 생일입니다. 콩고에 와서 처음 생일을 맞이했는데,
1월말에 보낸 컨테이너가 아직 오지 않아서 미역국을 못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목사가 아주 커다란 선물을 줬답니다.
그건...

새벽에 아직 오토바이가 익숙치 않은 정목사가 오토바이를 태워준다고 하더라구요.
몇 번씩 넘어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괜찮으려니 하고 즐겁게 뒤에 타고
우리가 담임을 맡은 자갈라 교회로 갔습니다.
여기는 저녁예배가 없고 그 대신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에 예배를 드리거든요.

기어와 클러치가 아직 적응이 안되어 여러번 멈추는 과정에서
우린 또 한번 콩고 주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었죠.
꼭 사람이 많은데서 시동이 꺼지더라구요. 
한 번 멈추면 최소한 서너번을 켜야 거기를 빠져 나갈 수 있으니,
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을까요?

그렇게 어렵게 교회에 도착해서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은 좀 더 낫더라구요.
작은 개울에 통나무 다리가 있는데, 갈 때는 내려서 걸어갔지만,
올때는 좀 나으니 그냥 건너보다가 그만 그 다리에서 넘어지고 말았어요.
하마터면 아래로 떨어질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천사가 지켜 주셨어요.
그런데 제 오른쪽 정강이가 바퀴와 함께 계속 돌아서 살짝 다쳤답니다.
큰 상처는 아니구요^^ 운동신경이 부족해서 빨리 다리를 떼야 되는데 계속 붙이고 있어서...
그런데 아픈 것 보다 창피한게 더 문제였어요.
어느새 몰려든 팬들(?),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빠져 나왔죠.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또 한 번 넘어졌습니다. 이번엔 왼쪽 다리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습니다.

정목사가 너무 미안해 하길래 생일선물 정말 크다고 했더니 웃더라구요.

신학생 시절 늘 자전거를 둘이서 타고 다니다가 횡단보도 버스 앞에서 함께 넘어진 기억이 났습니다.
이런 기억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사실 그 동안 다른 사람 뒤에 타고 다니면서 앞에 붙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다녔는데,
오늘 처음 비록 미숙하나 남편의 뒤에 타니까 괜히 좋더라구요.emo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