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이 시간에는 제가 그동안 카작스탄 생활에 적응하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에프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Ep1. 주인이 왕 1

시장을 보러갔습니다.

봄철이라 그런지 중국과 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중동지역에서 올라온 물건들이 풍성히 시장거리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오이를 사기 위해서 물건을 살피던 중

다른 오이보다 약 40%정도 더 비싼 다마시니 오이(집에서 재배한 오이)를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2kg을 주문했습니다.

친절한 아주머니는 오이를 주섬주섬 봉지에 담았습니다.

이윽고 어느 정도 봉지가 채워지자 아주머니는

저울에 무게를 달아 친절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보니 2kg을 약간 초과하는 무게였습니다.

무게를 맞추기 위해 오이 하나를 꺼냈던

아주머니에게 한국에서 하던 것과 같이

“그거 얼마나 된다고”라고 하며 아주머니가 빼낸 오이를 다시 봉지에 담으려 했습니다.

순간 친절한 아주머니가 돌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짓 하는 거”냐며 저에게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황당하고, 무서워서 에누리 없이 다 샀습니다. 주인이 왕입니다.

 

Ep2. 닭고기가 고길까요?

청년들과 함께 들로 야유회를 떠났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안드레이가 친절하게

닭 6마리로 바비큐 파티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청년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둘러 앉은 자리에서 한 청년이 물었습니다.

“슬라바(송정욱)랑 나자(심정연)는 고기 안 먹는데 어떡하지?”

이 말에 안드레이가 대답했습니다.

“고기는 안 먹는데 닭은 조금 먹는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닭은 고기가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고기가 주식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나봅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기간) 중에도 고기만 안 먹으면 금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닭은 그냥 닭일뿐...

 

Ep3. 주인이 왕2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큰(?) 일이었습니다.

돈(약 120원)을 내고 본격적으로 일을 보기 전에

데스크에서 화장지를 챙겼습니다.

화장지라고 해봤자 한국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회색의 재생화장지(아픈)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화장지가 제 손에 감겨졌을 때

데스크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흐바칫!(충분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제 손에 감겨진 화장지는 겨우 50cm 남짓.

“이걸로 어떻게 해결하냐”며, 더 달라고 항의해 보았습니다.

제 항의를 듣던 아주머니가 돌연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 다시 돌려줄테니 화장지 쓰지말고, 다른 화장실 찾아보라”고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50cm로 해결했습니다.

이런!!! 어떻게?

주인이 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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