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기위해 배추를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

좋은 배추가 있어서 구매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제 의사와는 아무 상관 없이 이미 배추 약 30kg이 푸대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계산까지 이미 다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돈만 내고 가져가면 됩니다.

그래도“에누리 없는 장사 없다”는 말따라 가격 뒤에 달려있는 80텡게(한화 650원정도) 깎으려다가

배추파는 아주머니에게 되게 혼났습니다.

 “내가 이렇게 좋은 배추 주는데 가격은 왜 깎냐?” 이말입니다.

신선한 충격. “아 여긴 카작스탄이구나.”

제가 선교지로 돌아왔음을 이 아주머니의 호통을 통해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사랑 카작스탄, 바로 적응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휴가로 한국에 한 달 정도 다녀와야 했습니다.

사실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한 달동안 교회를 비워야 한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구역반 시작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제가 자리를 비우면 구역반의 미래는 알 수 없게 되는 처지였습니다.

 

한글학교도 개강만 하고 가야했습니다.

실망하고 다시는 한글학교에 나오지 않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걱정을 가지고 한 달이 지난 뒤 카작에 입국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금저녁) 저의 모든 걱정이 기쁨으로 변했습니다.

성도들과 금요환영예배를 드리며

그간 구역반과 가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구역반이 너무나 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각 구역장들이 구역반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기쁜 소식들과 기도제목 보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구역반의 발전을 위한 기대하지도 않았던

참신한 아이디어도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적외선 치료기를 너무나 기다린다”고 말입니다.

“슬라바(기자)를 기다렸다”고 먼저 말은 했지만,

정작 그들이 기다린 것은 슬라바가 가지고 온 적외선 치료기에 쓰이는 전구였던 것 같았습니다.

실망이 될 법도 하지만 전혀 실망이 되지 않았습니다.

“슬라바! 지금 적외선 치료기를 통해서

도움을 주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구도자가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슬라바가 그 적외선 전구를 가지고 왔으니

저희는 이제 신나게 구역반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저에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1일) 구역반에서 제 생각과 이해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제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한 구역반에 참석했는데 이미 식구가 한 명 늘어있었습니다.

한 침례교인이 친구로부터 우리의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온 것입니다.

구역장인 알라집사님에게 성삼위일체에 관한 교리를 전화로 물어보고는

집사님의 대답을 듣고 바로 구역반에 함께 참여하기로 결심하였다는 것입니다.

잠시 그들과 삶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성경말씀을 통해 그 은혜를 확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후 본격적인 전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알라집사는 적외선 치료기로, 함께 한 굴랴집사(카작원주민)는 마사지로 봉사하며

 약 30분간 쉴새없이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하나님과

복음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오히려 제가 갈 시간이 되었다고 이야기 할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 보따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 구역반에서 약 세 시간이 금새 흘러갔습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여독과 감기기로 인해서 몸이 좋진 않았지만,

몸 속에서 희망의 엔돌핀이 마구 솟아올랐습니다.

 

기사를 쓰는 지금은 모든 피로와 바이러스가 싹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잠시 삼육대학에 들러서 삼육대학 학생들과

카작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선교에 대한 비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많은 목회자와 학생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언제든지 응하기 위해 복음으로 무장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방법과 장소에

하나님께서는 항상 그분의 섭리를 준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오늘도 저는 그런 하나님의 놀라운 때로는 짓궂은 섭리를 기대하며

해바라기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들은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자신의 손길을 통해 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다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