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례니끼

 

카자흐스탄에는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만큼

다양한 음식 문화가 있다.

 

고려인 집에 가면 한국에서처럼

나물 반찬과 된장국을 끓여 밥을 먹고,

러시아인 집에 가면 빵을 구워서 러시아식 수프와 함께 먹고,

카작인 집에 가면 고기에

밀가루로 부친 빵을 싸서 먹는다.

 

선교지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 물으면

이슬람 세력보다 무서운(?) 음식과,

근처장로교회 한국 목사님이 ‘비자귀신‘이라 부르는

비자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국에서 음식으로 고생한 일이 없었기에

‘먹고 사는 문제‘에 자신했었지만

어느덧 이곳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지니,

한국에서는 흔한 도토리묵, 밤, 고구마 등이 슬슬 그리워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것이

청년들과 가끔 일부러 찾아가서 먹었던 만두!

 

그런데 이 곳에서 만두 대신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이름하여 ‘바례니끼‘이다.

잘게 썰어 볶은 양파와 삶아서 으깬 감자를 섞은 것을

만두피에 빚어 삶는 것인데,

드바록(우유를 발효해 만든 치즈같은 것)이나

설탕에 절인 체리 등을 넣기도 한다.

 

바례니끼를 처음 먹어 본 것은

한달짜리 여행자 비자를

선교사 비자로 갱신하기 위해

옆나라인 키르키즈스탄에 갔을 때이다.

 

우리는 키르키즈스탄의 수도,

비쉬켁의 고려인 교회에 머물렀었는데

까짜집사님이 정성스래 바례니끼를 대접해 주셨다.

 

그 집사님은 우리가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시장가는 법,

먹을만한 것 파는 곳, 카자흐스탄에 전화하는 법 등

시간을 내어 가르쳐 주셨다.

그 때는 러시아어를 겨우 읽기나 할 때여서

집사님의 도움이 더욱 고마웠다.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 재림교회 믿음의 형제자매들은 하나님 안에 하나요,

처음 만나도 가족처럼 편한 것 같다.

한번은 집사님의 사랑이 담긴 바례니끼가 그리워

전화를 드렸더니

대번 ‘놀러오오~’하신다.

 

한국에서 PMM선교사 합격 발표가 난 후

짧은 시간동안 준비를 한다는 것이,

교회일을 병행하면서

러시아어 공부는 엄두도 못내고

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내용은 이 곳에서의 어려움과 문화차이에서 오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이 연약한 죄인은 선교지에 대한 기대와 열정보다는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후 외관으로 보이는 실망들

(뿔달린 공산당들과 칼찬 이슬람교도들이 살 것 같은 회색마을)은

 먼저 다녀간 선교사들이 세운

우리교회 형제 자매들의 친절과 사랑으로 금방 사라졌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빌 4:6)’

 

우리는 지금 일년짜리 선교사 비자가 다 끝나가서

다시 발급받기 위해

키르키즈스탄에 가고 있다.

 

비자법이 엄격히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가 처음 이곳에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기다리셨듯이,

그리고 이곳에서 하루하루 넘치는 은혜와 사랑을 부어주심같이

이번에도 선교사비자를 받을 것이라 믿는다.

키르키즈스탄에 도착하면 까짜집사님께

한국만두 만드는 법을 한번 가르쳐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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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있는 따라스에서 키르키즈스탄 영사관이 있는 알마타로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적어보았습니다.

기차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유럽에 국경을 통과하는 열차인 쿠셋처럼

좁은 복도 한편에 방이 쭉 있고

한 방에 간이 침대가 양쪽에 이층씩

4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가는 길에 국비장학생으로 알마타 내에 있는 영국대학에 다니는

젊은 여학생들을 만나서

함께 코란과 성경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집에 초대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신기해합니다.)

 

윗 글은 13시간의 긴 여행여정 중에

노트북을 꺼내어 적은 글입니다.

저희는 어렵지 않게 비자를 받았고

키르키즈스탄에서 까짜집사님댁에 가 바례니끼도 먹었습니다.^^;

 

한국과 여러 다른 곳에서

함께 기도해주시는 분들로 인하여

부족한 저희가 이 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체험합니다.

비자를 위하여 기도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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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집사님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