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기속에 들리던 기도>


침례교회에 다니시는 연로하신 여자분이신 정집사님을 알고 있습니다.
가평에서 산장을 운영하시는데 나이도 들고 해서 겨울에는 산장을 닫아두고
서울 집에 계시다가 봄이 되면 다시 가평 산장으로 오시곤 하십니다.


며칠전 휴일날 정집사님으로부터 제게 전화가 왔지요.
가평 산장의 보일러가 얼지 않고 제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일러에 기름도 보충해야 한다면서 같이 가 줄 수 있느냐고 하셨습니다.


실은 지난 안식일에 정집사님을 제가 다니는 서울중앙교회로 초청하였는데,
뜻밖에도 쾌히 승락하며 예배에 참석하셨더랬지요.
참으로 좋은 교회라며 재림교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시고
댁으로 돌아가셨지요.


침례교회나 다른 개신교회에 다니시는 분이 우리교회에 오기란 쉽지 않은데
그렇게 제 예배초청에 응하신 집사님이신지라
정집사님댁 가평 산장 보일러 점검 동행을 저도 쾌히 수락했지요.


가평 산중에 있는 산장은 산장 아래부터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빙판이었지요.
정집사님과 차에서 내려 걸어서 산장으로 올라갔습니다.


기름이 없는지, 고장인지 보일러는 점화되려고 찌르르- 모터가 돌다가
풀썩, 연기가 나면서 멈추곤 하였습니다.
주유소에 연락하여 기름을 넣었는데도 보일러는 같은 동작을 되풀이 했습니다.


점화 플러그를 닦아보고, 기름 코크를 열어 공기를 빼보고 하며
나름대로 보일러 수리하시는 분들이 보일러를 고칠때
어깨 너머로 보았던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아도 보일러는 점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후유...
한시간여를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연기는 보일러실 안을 꽉 메우고 연통사이로 그을음이 한가득 쏟아져 나와
숨 쉬기가 곤란하였습니다.
옆에서 그을음을 쓸어담던 여집사님은 매캐한 연기속에서 갑자기 부르짖었습니다.


"주여!!! 보일러를 고쳐지게 해 주시옵소서!!!


정집사님의 연기속  짧은 기도를 듣는 순간,
갑자기 제 마음이 뭉클하였습니다.


다시한번 플러그와 기름 코크를 점검하다가....
두개의 플러그 왼쪽 옆에 까맣고 동그란 소켓이 있어 빼서 들여다 보니
소켓 언저리가 그을음으로 새카맸습니다.
(점화 감지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거로구나!!!
저는 얼른 그 소켓 언저리를 깨끗하게 닦고 제자리에 꽂은 다음
가슴을 두근대며 다시 보일러를 점화시켜 봤습니다.


감사하신 주님....!!!
보일러가 콰르릉 소리를 내며 점화하였습니다.
너무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여집사님의 얼굴도 만면에 웃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이때를 놓칠 수가 없는 저는,


"집사님...다음 안식일에도, 다음 안식일에도 우리 교회로 나와 주실 거지요?"
(보일러 수리비는 안 받을게요 ^^)


정집사님은 또 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그을음으로 그을려 켁켁 기침도 나고
숨쉬기도 거북했지만 마음만은 너무 시원한 순간이었습니다.



* 정집사님은 전철 홍제역에서 가까운 곳에 탁구장도 하고 있습니다.
  팔순이 내일 모레이신데도 탁구를 얼마나 잘 치시는지 그야말로 혀가 훼훼 내둘러 집니다.
  서울시 여자 탁구대회인가 하는 곳에 가서 1등을 하셨다고 합니다.


* 정집사님의 산장 이름은 무지개 산장입니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 백둔리 연인산에 있습니다.
  골짜기 전체가 정집사님댁 소유인데 맑고 아름다운 계곡입니다.
  무지개 산장의 방은 다락방도 따로 있고 안방과 다락방 모두의 천정이 유리로 되어 있어
  너무 좋습니다.
가평연인산.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