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수요일

 

새벽에 세 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는 스물아홉살의 아프카니스탄 청년으로 아버지가 러시아와 싸운 장군이라고 했다. 11년 동안 런던에서 택시를 몰아온 그는 2006년에 비해 지금은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이제는 영국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영국 경제가 많이 어려워진 모양이다.

 

세 시간 반의 비행을 거쳐 로마에 도착했다. 앞에 선 사람들은 오랜 걸렸지만 입국 절차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공항에서 이번 대쟁투 투어의 안내자인 담스팃 교수 내외를 만났다. 1983년, 목회를 시작하던 해에 마크 핀리 목사와 함께 한국에 와서 전도훈련원(Soul Winning Institute)를 설립해서 한국인 목사들을 훈련시킨 후에 앤드루스에 계속 가르쳐 온 분이다.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 며칠 일찍 오셨다고 한다. 친절하게도 열차 타는 곳까지 따라오며 안내를 해주셨다.

 

공항에서 열차를 타고 Termini 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Cavour 역에서 내려 Grand Palatino 호텔에 짐을 맡기고 걸어서 St. Maria Maggaore 성당을 거쳐 다시 Termini 역으로 가서 3시 45분 기차를 타고 Venezia 로 향했다. 열차 내의 모든 시설물 디자인이 아름다웠다. 한국의 시설물들이 편리성 위주로 설계되었다면 이 나라의 시설물은 디자인 중심으로 설계된 듯했다. 들판은 벌써 한국의 5월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보리밭(밀밭인지도 모르겠다)은 아직은 잔디밭처럼 보였다. 7시 33분 도착예정이었던 열차는 중간에 사고 지역이 있어 한 시간 이상을 연착하여 9시가 넘어 베네찌아에 도착했다. 이곳도 영국에서처럼 호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했다. 점심도 저녁도 피짜와 스파게티로 해결했다. 다행히 호도를 넣은 볶은 곡식을 갖고 다녀 느끼한 치즈냄새를 이겨냈다.

 

호텔에는 사람이 없이 잠겨 있고 대신 앞에 있는 호텔에서 열쇠를 받으라는 쪽지가 적혀 있어 열쇠를 찾았다. 영국에서 묵었던 호텔보다는 깨끗하고 널찍했다. 인터넷 신호는 좋았지만 호텔에 안내가 없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지 못해 연결할 수 없었다.

 

영국에서보다도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14,699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