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두 마리의 새가 날마다 날아와서 우리 집 창가에 놓인 화분(조그만 나무)에 앉아 있다가곤 하였다. 나는 빨래를 널며 ‘저 새가 집을 지으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다.

근데 2-3일 후 그 새들은 정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저렇게 조그만 나무에 집을 짓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 마른 풀, 끈, 비닐 등을 쉴 새 없이 나르며 아담하고 예쁜 집을 지었다. 나는 너무 흥분(?)해서 “준호야, 준혁아!! 여보!! 빨리 와 봐요!!!” 아이들과 애들 아빠는 ‘도대체 왜 저래’ 라는 표정으로 왔다가 새 집을 보더니 나보다 더 흥분(?)을 하였다. 우린 이 때부터 날마다 새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새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설마 알을??’ 근데 정말 알을 세 개나 낳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애들과 애들 아빠도 너무 신기해했다. 나무와 꽃 키운다고 구박(?)하던 애들 아빠가 제일 좋아했다. 엄마 새는 정성스럽게 알들을 품었다. 엄마 새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으러 갈 때쯤이면 아빠새는 둥지 옆에서 알들을 지켰다. 전도회가 얼마 남지 않는 때라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특별히 구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던 중에 이 새들을 보니 구도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과연 저 엄마 새처럼 그 동안 그들을 사랑으로 보살폈는가... 아니었다.

새들이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엄마 새가 얼만큼의 정성을 들이는지 보면서 쉽게 영혼을 얻으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안식일에 꼭 밥만 먹으러 오는 듯한 몇몇 구도자들로 인해 그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안식일이면 수십번도 넘게 회개 기도를 했던 나였다. 선교사이면서 남에게 줄 사랑이 너무 부족한 나에게 하나님이 새를 보내 주셔서 나를 깨닫게 하시는 듯 했다. 전도회가 시작되면서 바빠진 난 새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전도회가 시작되고 이틀 후에 전도대원으로 오신 장로님께서 새가 알에서 깨어났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녁 집회가 끝나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기새들이 너무 보고 싶어 창문을 살며시 열어 살짝 들여다보았다. 털도 없고 눈도 뜨지 못하는 못생긴 아기 새들이었지만 너무 사랑스러웠다. 엄마새와 아빠새는 이젠 아기 새들에게 줄 먹이를 열심히 날랐다. 아기새들은 엄마아빠새 소리가 들리면 입을 쩍쩍 벌렸다. 정말 맛있게도 잘 먹는다. 부모새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한 마리는 아기새를 지키고 한 마리는 먹이 나르고...전도회가 끝나고 10일 정도 지나니 무럭무럭 자란 새들은 한 마리 한 마리 보이질 않았다. 벌써 자라서 날아간 것이다.아기새들도 엄마아빠새가 되어 또 어디선가 예쁜 아기새를 낳겠지? 생각했다. 전도회가 끝나면서 우리 교회에도 새로운 영혼이 5명 새로이 거듭났다. 하나님께서 이 교회에 주신 이 새로운 영혼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잘 자라 그들을 통해 새로운 영혼들이 이 교회 에 가득 넘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아기 새들이 떠나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새 한 마리가 둥지에 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더니 또 알을 네 개나 낳았다.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 쯤 우리집에 전화가 한 통 왔다. 불교신자인 여자분이 전화를 한 것이다. 예수님을 믿고 싶다고... 전화 온 다음 날 그 자매는 새벽 기도회를 나왔다. 그 자매를 만나고 온 애들 아빠는 그 자매에 대해서 ‘정말 주님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나였기에 줄 곧 남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나에게 하나님은 4월 전도회를 통해 그리고 새를 통해 기도의 응답을 해 주셨다.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값없이 받은 십자가의 사랑을 나도 나누어 줄 기회를 하나님이 주셨다고 생각하고 그 자매를 만났다. 난 아직 그 자매에게 뭔가를 해 준게 없는데 그저 감사하단다. 그런 자매를 보며 오히려 내가 사랑을 받는 듯 했다. 우리 집의 네 개의 새알이 부화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처럼 그 자매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날마다 이 자매의 변화와 그 변화를 통한 가족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 명의 영혼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다시 한 번 체험하는 듯 했다. 새들이 다 자라 한 마리 한 마리 날아갈 때 쯤 이 자매는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다.

하나님께서 따뜻한 봄날에 우리 집과 우리 교회에 큰 선물을 동시에 주셨다. 오늘도 동이 틀 무렵 새소리가 여전히 아름답게 들린다. 커다란 선물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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