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영선교사의 글입니다. (2)

 

4 8일 일요일 저녁, 헌신예배를 드렸다.

한국에서 종종 해 보았던 헌신회 분위기를 만들려고 촛불까지 등장시켰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촛불은 너무 어둡고, 공간은 너무 어수선하고, 어린이들은 자꾸 왔다갔다하고, 바깥은 시끄럽고

그런데 이 헌신예배를 통해 시작된 기도하는 분위기가 전도회 끝까지 유지되고 더욱 발전되었다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조건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도회 전 주까지는 평소처럼 목사님과 나, 둘이서 새벽기도를 했지만

전도회 주간에는 시간을 조금 늦추면서 골든 대원들을 참여시켰다.

전도여행 4주차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몇 몇 대원들이 꾸준히 나와 주었다.

덕분에 하루도 기도의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전도회 첫날, 교회 문 앞에 책상과 등록부를 갖다 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작년 겨울 골든 전도회때 침례를 받은 차이차이라는 친구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그러더니만 갑자기 내 손을 잡고 하나님, 사람들을 보내주세요, 아멘하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진짜 생각지도 못했던 든든한 원군이었다. 

 

전도회를 되돌아 보니 과연 기도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기도의 힘이었던 것 같다. 이 은혜로웠던 시간들이

 

첫날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집회 후에도 집으로돌아가지 않았고,

대원들도 늦도록 그들과 함께 어울렸다.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게 일부러 찾아가 이야기하고, 같이 사진찍고

그러다 끝에 가서는 다같이 원주민 춤도 추고

耶穌裡我們是一家人(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하면서 즐거워했다.

이런 페이스로 일주일을 보냈다.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는데 하나님께서 그날그날 체력을 주신 것 같다.

다들 컨디션이 좋진 않았고 중간에 아픈 사람도 생겼지만

하루 만에 다시 일어나 그 전보다도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참 좋았던 것은 전도회에 참여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각자의 역할을 잘 해 주었다는 것이다.

강사목사님은 말씀을 전하시는 시간 외에도 교회에 계시면서 영혼들과 어울려 주셨고,

아침예배 때도 오셔서 함께 기도하셨다.

요리교실을 위해 오신 집사님께서도 나는 부엌에서 일하는 선교사라고 말씀하시며

줄곧 밝고 즐겁게, 매끼마다 성심껏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파파야 하나도 얼마나 예쁘게 차려 내시는지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교우님들도 모두 헌신적으로 동참했다.

다들 하루도 빠짐없이 와서 종일 함께하면서 전도회를 도왔다.

한국어과 학생인 영유라는 친구는 시험기간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와서 요리교실 통역까지 해 주었다.

아직 침례를 받지 않은 구도자 분들도 물심양면으로 열심히 도와 주셨다.

 

그렇게 목요일이 되었고, 영혼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결심시키는 일들이 시작되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봉사대 가서 전도회를 해 본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영혼들을 결심시키는 일은 목사님이 하시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신경을 써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사님께서 나와 대원 중 한사람도 이 일에 참여시키셨다.

그 일 때문에 정신이 번쩍 나 그 날은 종일 졸음과 싸울 필요도 없어졌다.

강사 목사님의 호소와 함께 나눠 준 결심지의 대여섯 개 항목 가운데

서너 개 이상을 체크한 친구들을 연이어 불렀다.

여기 체크 한 것이 무슨 뜻인지, 신앙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들어보고 우리들 개인의 간증도 나눴다.

그리고 목사님과 그 친구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 날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람이 상영이였다.

상영이가 왔을 때 목사님께서는 다른 일로 자리를 비우셨기 때문에 사모님과 함께 만나게 되었다.

사실 상영이는, 골든대원들이 다 당연히 교인이겠거니 하고 착각했을 정도로 각별히 가까운 친구였다.

특별히 사모님을 많이 따랐고, 사모님께 자기의 상처와 고민들도 이야기하곤 했다.

사모님은 상영이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해 오셨고,

새벽기도 시간에도 여러 번 이상영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이 기도의 제단에 오르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적극적으로 상영이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강권하지는 못하셨다고 한다.

이전에도 상영이처럼 무척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에게 신앙을 가지라고 호소한 뒤로 갑자기 연락이 끊어져 버린 일이 있었다고 하셨다.

혹여나 상영이도 그렇게 떠나버릴까 두려워,

차마 그에게 마음 가득한 열망을 전하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왜 부르는 지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 하며, 상영이가 우리에게로 왔다.

전처럼 우리의 간증을 나눈 뒤에 사모님께서 입을 여셨다.

그간의 이야기들을 하시면서, 전부터 너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네가 우리를 떠나버릴까봐 그러지 못했다고, 난 네가 정말 이 예수님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침례 안 받아도 좋으니 떠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다 결국 사모님도 우시고 상영이도 울어 버렸다.

그 때 골든 대원 한 명이 지난번 중정기념당 관광 때 있었던 일을 꺼냈다.

그 때 누나가 믿고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이제는 누나가 따라 올 차례라고,

내가 아니라 예수님을 믿고 따라오라고, 이 길이 진짜 옳은 길이고 좋은 길이라고

이야기 하다가 그 대원도 울고,

평소에 상영이와 마음을 나눈 적이 있었던 다른 대원 한 명도

마침 그 때 들어와 대화에 끼었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방 안이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는데, 사랑이, 진짜 진실한 사랑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사랑….

 

전도회를 마치는 안식일 날, 상영이는 마침내 침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중정기념당 믿고 따라와사건은

마지막 피드백 때까지 계속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우리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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