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이재형 목사님께서 한국으로 떠나셨다.

목사님을 보낸 바로 그 날 저녁에도 한글반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그 다음날 오전에도, 오후에도, 학생들은 변함없이 한글을 배우러 왔다.

수업을 시작하고 10, 20분이 지나자

왠지 언제나처럼 교회 문이 열리고 목사님께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내시며 들어오실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저 건너편에 있던 목사님 사택도 이제는 없어졌다. 그냥 빈 집이 되어 버렸다.

기분이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목사님께선 지난 일주일 남짓 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사람들과 이별을 하셨다.

한글반 네 개, 안식일 예배, 그 외 시간에도 수없이 작별인사를 하셔야 했다.

한글반 친구들 중에도, 교우님들 중에도 여러 사람들이 울고 말았다.

공항에서 미혜로 자매가 넋두리처럼 我們為什麼一直要送人

(왜 이렇게 계속해서 사람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지…)”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이 가슴 깊이 박혀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올해는 유난히 이별을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빨리예수님이 오셔야겠다. 그 나라에서는 결코 마음 아플 일이 없을 터이니..

 

목사님을 보내고 나서 이일 저일 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어제는 5시 반에 약속이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 전에 잠시 쉰다는 게 그만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황장립이가 웬일로 한 시간이나 일찍 와서 문 열라고 전화 걸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손님을 문 밖에 세워둘 뻔 했다.

그것도 지난주에 교회 앞을 지나가다 들어와서 성경공부 하고 싶다고 자진해서 요청한 손님인데

진짜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막 잠에서 깨어 얼떨떨한 중에도 큰일났다 싶었다.

성경을 가르쳐야 하는데그것도 중국말로이렇게 준비없이

에라 모르겠다 급히 기도하고 내려가 손님을 맞이했다.

다행히 전에 한번 가르쳐 본 적이 있는 부분이라서 그럭저럭 해 낼 수 있었다.

사실 이 일도 예상치 못했던, 신기한 사건이었다.

지나가다 들러서 언제 예배가 있느냐, 성경을 공부할 수 있느냐 물어보는 사람들은 간간히 있었지만

이렇게 진짜로 성경공부하러 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

한가지 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황장립이 침례를 받고 싶다고 선언한 일이었다!

(황장립이는 지난 골든 전도회 때 특별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바로 그 친구다.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이고 나타났던... )

새로 온 친구와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데 자기도 성경책을 가지고 옆에 슬 와서 앉더니만

有機會我想受洗(기회가 있으면 침례를 받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셨을 때도 한 곳에 머물러 계시지 않으셨다.

사람들이 붙잡아도 다른 곳에 가서도 전도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떠나시고 또 떠나셨다.

예수님을 떠나 보내는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특별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셨을 때,

그 하늘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던 갈릴리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러고 보면 사도들도 그랬다. 사도행전을 읽으며, 또 바울 서신들을 읽으며

바울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묵상해 본 적은 있지만

그를 떠나보냈던 사람들 마음이 어떠했을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사도행전을 살펴보니

그 모든 사람들이 다 크게 울며 바울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근심하며 그를 전송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 정경이 오늘은 생생히 마음 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예수님이, 사도들이 떠나고 또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다시는 이별의 눈물이 없을 그 나라를 위해서였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때에는 핍박을 받아서, 쫒겨나서, 또 어떤 때에는 다른 부르심이 있어서,

또 어떤 때에는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

여러 다른 원인이 있었지만 어떤 경우이거나 그들은 떠나야만 하였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야 그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기에

사람이 보기에는 어떠하든지, 그 인도하심은 확실한 것이기에....

 

그리고 예수님이 떠나신 그 자리에 제자들이 남아 사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였고,

사도 바울이 떠난 그 자리에 교회가 남아 그 곳에서의 빛의 역할을 감당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여기엔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오랜 시간동안 눈물로 뿌리신 씨앗들이 남아 있다.

이제 어엿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서, 목회자가 없는 동안 적극적으로 교회 일을 도맡아 할 교우들도 있다.

변함없이 교회에 나와 한글을 배우면서 하나님께도 마음을 열고 있는 한글반 친구들도 있다.

성경을 알고 싶다며 찾아온 친구도 그렇고 황장립도 그렇고,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이 친구들을 통해 이것을 알려 주고 싶으신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비전, 하나님께서 보여 주실 새로운 일들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

이것들을 기대하면서 이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위를 바라보아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 이 곳에서의 사명을 다하고 귀국한 이재형 목사님 가족을 하나님께서 더욱 축복하여 주시기를,

특별히 우리 준혁이의 건강을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