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목

 

베네찌아에 도착하여 좁을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 역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들었다. 이 건물도 수백 년이 되었으리라. 누워서 천정을 보니 아주 오래된 대들보가 역사를 실감하게 했다. 갑자기 역사의 한 부분이 된듯하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냈을까를 생각해본다.

 

베네찌아는 물의 도시다. 한 때는 20만 명이 살던 도시였는데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많이 빠져나가며 지금은 6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수상버스를 타고 리알토 다리로 갔다. 자그마한 다리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있고, 다리 위에는 상점들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전에는 적당한 크기의 다리였겠지만 너무 좁았다.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성마르코 성당을 찾았다. 가는 길에 몇 곳의 성당을 들렀다. 이 도시에는 120개의 크고 작은 성당들이 있다고 한다. 하나같이 종교예술품 덩어리들이었다. 크고 거대한 건물들이 조금의 여유 공간이 없이 아름다운 미술과 조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마르코 성당은 마가복음의 저자가 묻혀 있다고 하는데, 성당의 높은 천장의 그림들을 미세한 모자이크 조각들로 그려져 있는 데 그 작은 모자이크를 지지대 위에 거꾸로 누워서 붙였을 생각을 하니 보통 정성이 아니었을 것이다.

 

줄을 기다리며 독일에서 온 한국인 신부를 만났다. 독일에서 일을 한다고만 말하며 자신의 신분을 드려내려 하지 않던 평복 차림의 40세의 젊은 신부는 한낮인데도 강한 술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모자이크 하나하나가 신앙심이 깊은 신도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조각씩 붙여나갔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벽을 장식한 대리석은 판을 잘 켜서 서로 대칭이 되도록 붙였고, 바닥의 모자이크고 기하학적으로 잘 배열되어 있어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했다.

 

다소 비용이 들기는 했지만 곤돌라를 탔다. 수로를 따라 돌면서 유서 깊은 건물들을 지나쳤다. 여러 음악가들이 기거했던 집도 지나쳤다.

 

4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세 시간을 달려서 피렌체에 도착했다. 들어간 호텔은 15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방안의 가구도 고가구였다. 방이 보다 널찍하고 깨끗했다. 17,353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