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흔두 번째 이야기 -  반군의 손에서 구한 185명의 생명

뉴질랜드 주재 필리핀 대사 비엔베니도 티하노(Bienbenidon Tejano)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안수 목사로 1998년 에스트라다(Joseph E. Estrada) 대통령에 의해 파푸아뉴기니 주재 대사로 임명을 받았다. 2001년 필리핀의 정권이 바뀌며 새로운 임명권자인 새 대통령(Gloria Macapagal Arroyo)에 의해 모든 대사들이 경질되었지만 티하노 목사는 새 대통령에 의해 유일하게 대사직을 유지한 한 사람이다.

재림교인을 이끄시는 인도의 손길

반군의 손에서 구한 185명의 생명
                
2000년 파푸아뉴기니에 필리핀 대사로 주재하던 비엔베니도 티하노 목사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으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속히 솔로몬 군도로 가서 탈출하지 못한 375명의 필리핀 국민을 국내로 철수시키라는 지시였다. 당시 솔로몬 군도는 반군에 의해 장악되어 솔로몬 군도로 들어간다는 것은 생명을 건 모험이었다. 그러나 대사 임명시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서약과 자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대사로서의 본능이 그를 공항으로 향하게 하였다. 필리핀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서 그는 우선 솔로몬 군도에 입국해야 했다. 그러나 솔로몬 군도로 향한 모든 항공기는 두절되었다. 항공기를 사용할 수 없음을 확인한 티하노 목사는 배를 이용하기 위해 부두로 달려갔다. 그러나 솔로몬 군도에 접근하면 반군의 포격의 예상되기 때문에 어떤 배도 솔로몬 군도를 향한 모험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솔로몬 군도에 들어가는 방법을 기도하며 연구하던 티하노 대사는 솔로몬 군도의 반군 지도자의 가사 도우미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전화를 걸었다. 반군지도자의 휴대전화번호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얼마 후, 연락이 왔다. 반군 지도자의 이름은 노리(Nori)라는 이름의 변호사였다. 전화가 연결되어 필리핀 대사 티하노라고 소개하자 뜻밖에도 반군지도자인 노리 변호사는 티하노 목사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는가 물었더니 자신도 한 때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이었다고 했다. 티하노 목사는 솔로몬 군도에 자신의 들어갈 수 있도록 입국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반군지도자 노리 변호사는 조건을 말했다. 비행기가 솔로몬 군도에 티하노 목사를 내려놓고 엔진을 끄지 않고 즉시로 돌아간다면 허락하겠다고 했다.

반군지도자로부터 솔로몬 군도의 입국을 허락받은 티하노 대사는 비행기를 찾았으나 필리핀 국적의 비행기가 없었다. 공항에는 마침 말레이지아 소속의 여객기 한 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대사를 찾아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티하노 대사는 솔로몬 군도에 200여명의 말레이시아 시민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그들의 철수를 돕겠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대사는 말레이시아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비행기를 띄울 것을 동의했다.

말레이시아 소속 여객기는 솔로몬 군도에 도착하자마자 티하노 대사를 내려놓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태우고 떠났다. 티하노 대사는 반군지도자에 가서 375명의 필리핀 국민이 철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필리핀 기술자들이 전기, 수도, 통신 등의 모든 서비스에 관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데 그들이 떠나면 사회가 마비된다며 필리핀 국민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티하노 대사는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필리핀 시민들이 돌아와 솔로몬 군도에 기여할 것을 약속하고, 375명의 필리핀 국민들의 안전한 철수를 약속 받았다.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비행기를 보내달라고 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다음 날 즉시 비행기를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티하노 대사는 내일은 안되고 모레 보내달라고 했다. 한 시가 급한 데 왜 하루를 더 지체해야 하는가 묻는 대통령의 질문에 그는 안식일을 지켜야 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안식일 아침에 솔로몬 군도 내 인근에 있는 안식일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교인들 뿐만 아니라 필리핀 대사가 청중을 소집하였기에 교인 외의 사람들도 상당수가 모였다.

일요일 아침 필리핀 사람들이 공항으로 모였다. 375명 가운데 185명만 모였다. 비행기를 보내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지 못한 사람들은 지난 밤에 배를 타고 솔로몬 군도를 탈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10시에 도착하기로 약속된 필리핀 국적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이 엄습해왔다. 티하노 대사는 불안해서 소요가 일기 시작하는 필리핀 국민들을 향해 대통령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자기가 알고 있는 대통령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사람임을 확인시켜주느라 애썼지만 불안한 마음을 늦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11시가 되어도 비행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재림을 기다리는 재림운동 당시의 신자들의 심정과 같았다. 드디어 12시가 되었을 때, 필리핀 국기가 선명한 필리핀 공군의 군용기가 활주로에 내려 앉았다. 그 두 시간은 천년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솔로몬 군도를 출발한 비행기가 185명의 필리핀 국민을 싣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의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하에 도착했을 때 필리핀 국방장관이 이들을 영접했다. 티하노 대사와 구출된 필리핀 시민들은 의장대와 군악대의 환영을 받으며 트랩에서 내려 임시로 만든 연단을 향해 나갔다. 티하노 대사는 연단으로 안내되었다. 놀랍게도 연단에는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대통령은 티하노 대사와 구출된 필리핀 시민들을 환영하며 즉석에서 티하노 대사에게 금으로된 훈장(Foreign Service Medal)을 수여했다.

이듬해 2001년, 안식일교회 목사인 티하노 대사의 헌신적이고 탁월한 능력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국가가 주관하는 의사고시, 치과의사고시, 약사고시, 사법고시 등을 포함한 어떤 시험도 토요일에는 치르지 않는다는 법안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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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행 목사와 포즈를 취한 비엔베니도 티하노 목사. 평신도대회기간 동안 권 목사가 달아준 PMM 뺏지를 자랑스럽고 달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