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들 사이의 지정학적 권력 다툼과 전쟁으로 세계의 무국적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국적자들은 그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려고 힘쓰지만, 세계는 그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무국적자들은 세계 그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시민권도 없고, 여권도 없으며, 교육과 같은 국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무국적자들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국적 표류자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국제 기관에 의하면, 엄격한 의미에서 오늘날의 망명자 수는 감소하나 무국적자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 사무실(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이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세계의 무국적자들의 수가 24십만 명에서 58십만 명으로 증가했다. 한 해 동안 무국적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세계적으로 무국적자들로 전락될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 늘어난 데에 기인한다.
망명자들을 위한 국제 단체인 모린 린치(Maureen Lynch)의 추정에 의하면, 무국적자들의 규모가 최소 11백만 명에 이른다.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 사무실의 몇몇 관계자들은, 확대된 기준을 적용하면 세계의 무국적자들의 수가 15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수치로 보면 전세계 무국적자들의 규모는 칠레(16백만 인구)나 카자흐스탄(15백만)의 전체 인구에 이른다.
무국적자들은 한 나라로부터 추방당하고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받아주지 않거나 또는 다른 나라가 망명자의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은 사람들이다. 무국적자들은 대체로 박해와 차별의 위협에서 벗어나 머무를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다.
무국적자들 중에는 자신의 나라를 떠나지 못하고 국경 부근에서 오도 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또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한 국가에서 사회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소외된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방글라데시의 비하리스(Biharis) 부족민들이 무국적자들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비하리스 부족은 지난 1971년 방글라데시의 탄생을 불러온 전쟁에서 서 파키스탄(West Pakistan, 지금의 파키스탄, 역주)의 편에 섰다가 방글라데시 정부의 미움을 샀다. 전쟁 후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협상에서 비하리스 족은 파키스탄으로 옮겨가게 되었지만 방글라데시에는 약 3십만 명 정도의 비하리스 부족민들이 무국적상태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건국의 발판이 된 전쟁 와중에 팔레스타인을 빠져 나오기 위해 아랍 국가가 발급하는 ‘망명자 여행 증명서’를 받아 탈출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이들을 자국의 시민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 이들은 나라 마다 다른 정도의 대우를 받지만 아랍 국가에서 외국인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1991
년에 독립한 발트 국가인 에스토니아(Estonia), 과거 에스토니아를 점령했던 러시아 인들과 그 후손 중 에스토니아어() 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시민권을 발급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시험을 거쳐 시민권을 획득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시민권자들이 누리는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격동의 역사 한가운데서 무국적자로 남게 된 사람들도 있다. 중동의 아랍 국가들이 세워졌을 때, 몇몇 국가들은 어떤 사람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할 때 국경선과 같은 지리적 경계보다는 어느 부족에 속해 있는가를 기준으로 두었다. 이리하여 1920년 이래 쿠웨이트 내에는 친족 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약 10만 명의 ‘비둔(bidoun, 아랍어로 ‘제외된’이라는 뜻)’이라 불리는 무국적자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1959년 시민권법의 엄격한 조항에 의해 쿠웨이트 시민이 되지 못했다. 중동의 다른 아랍 국가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무국적자와 결혼한 여성의 자녀들은 국적을 얻지 못했다. 아랍 에미레이트 연방국은 석유 수출로 풍성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교육을 비롯한 여러 혜택을 자국민에게 베풀었지만 ‘비둔’들은 그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Antonio Guterres) 유엔 난민 고위 판무관은,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무국적자들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네팔은 빈곤과 고립에 방치된 약 34십만 명의 비() 네팔 부족민들 중 26십만 명을 지난 2007년 국민으로 등록시켰다.
다른 국가에서도 법적 해결책들이 마련됐다.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에서는 시민권을 갖고 있는 어머니를 통해 자녀들이 시민권을 얻도록 가족법을 개정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비하리스에게 시민권을 주도록 장려했다. 쿠웨이트도 비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의회에 법안을 제출했고 2007년에는 시범적으로 2천 명의 비둔에게 시민권을 확대 적용했다.
그러나 1961년 마련된 무국적자를 줄이자는 국제 협약에는 지금까지 단지 34개국만이 서명했으며, 최근에야 뉴질랜드와 르완다 그리고 브라질이 동참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무국적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권을 침해 받거나 상당한 부담을 짊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무국적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이 국적을 가져야 된다고 규정한 1948년의 국제 인권 협약(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실현될 날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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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Economist, 2007 11 29,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