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번째 이야기 -  성경을 전신주 아래 숨긴 이유

성경을 왜 전신주 아래 감추었을까? 아무리 감출 데가 마땅치 않아도 그렇지 전신주는 앞 마당 한 가운데 있는데 왜 하필이면 앞 마당에 있는 전신주에 아래에 성경을 감추었을까? 두 주일 전에 그 노인의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다음은 그분의 아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전신주 아래에 성경을 감춘 이유

항상 성경을 감추는 곳은 부엌의 찬장 뒤였다. 부엌에서 성경을 보다가는 부엌 바닥에 묻기도 하고 찬장 뒤에 감추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성경을 읽고 초등학교(인민학교)에 다니는 동생의 가방 속에 넣어 방문 안 쪽의 못에 걸어두었다. 그곳이 안전해서가 아니었다. 우연히 그렇게 한 것이었다. 때마침 내무서원들이 들어와 가택을 수색한다고 했다. 만일 방에 들어오면 바로 문 뒤에 있는 못에 성경을 넣은 가방을 걸어두었는데 피하거나 감출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도무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내무서원은 들어오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을 앞으로 숙여서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이 아닌가? 알고 온 것이었다. 알지 않고서야 들어오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찬장 뒤를 뒤질 수 있었겠는가? 부엌에서 성경을 찾지 못한 그들은 집안 여러 곳을 뒤졌지만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둔 어린이의 가방에 성경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 후 집에 숨길 만한 것이 있으면 숨기라는 지면있는 판사로부터 우정의 경고를 받고는 성경을 어디에 감추어야 하는지 고민이 생겼다. 이제는 방도 부엌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결국 집 안에는 숨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의심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할 장소인 전신주 아래에 성경을 감추었던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팔 수 없는 성경책

아들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00년에 탈북을 시도해서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의 어머니는 밤마다 눈물로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이유를 물었더니 성경을 못 가져오셔서 우신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성경을 가지러 가기 위해 다시 북한에 다녀와야 했다. 어머니께서는 성경을 받아들고야 안심한 듯 눈물을 씻으셨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쫓겨다니는 불안도 불안이지만 가난은 피하기 힘든 고난이었다. 남한으로 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길이 막연했다. 남한에서 중국에 선교를 위해 온 사람들이 북한에서 갖고 온 성경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성경을 주면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한국에 못가면 못갔지 이 성경을 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안식일교인인데 교회를 저 버릴  수 없다"고 하셨다. 한국행 약속으로 성경을 받을 수 없었음을 안 그들은 성경을 100,000원에 팔라고 제안했다. 중국의 인민폐 100,000원은 한화로 15,000,000원에 상당한 거금이었다. 아들도 어머니를 설득시키기 위해 졸랐다. 그러나 어머니의 대답은 "아들은 이 성경은 내가 열 일곱 살 때부터 나의 믿음을 지켜준 성경인데 어떻게 팔 수 있겠니.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란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