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사람들은 아무리 집을 현대식으로 잘 지어도 부엌은 바깥에 있다.
연료가 없어서 숯을 사용하는 특성상 안에 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움막같은 부엌에 들어가면 대부분이 흙바닥인데,
숯 화덕 2개~3개, 한쪽에는 그릇들,
한쪽은 음식재료들이 불규칙하게 쌓여져 있고,
닭이며 병아리들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여자들은 여기서 선채로 허리를 거의 접다시피하여 요리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걸 새삼 감사한다. 그것도 조선시대 아닌 현대의 여성으로...

이 곳에는 남자가 요리를 하는 것이 '죄'라고 할 만큼 부엌은 금남의 구역에 속한다.

컨테이너가 오고 나서 우리는 음식을 따로 해먹는데, 종종 정 목사가 부엌에 나타난다.
도와주려고도 하지만, 요리를 즐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콩고 선교사들과 우리집 헬퍼인 릴리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걱정도 되지만,
콩고 남자들이 조금이라도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요즘은 내가 아팠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둔다.

아~ 우리도 숯불을 피워서 밥을 했었는데, 숯불을 피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힘이 무척 들기도 해서 고심하던 중 시장에서 석유곤로를 찾아왔다.
정말 반가웠었는데, 최근에는 사업을 하는 인도인을 만나서 가스렌지를 들여왔다.
처음 가스렌지가 들어왔을 때 우리 선교사중 한 명인 모세는 너무 신기해서 불을 그냥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었다.
난 급한 마음에 한국말로 "뜨거워~!" 하고 소리쳤었다.
가스렌지는 숯에 비해 연료값이 훨씬 저렴하고 요리의 시간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약조절이 가능해서 훨씬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처음 설치비가 콩고 사람에게는 너무 비싸서 처음엔 망설였다.
선교사가 너무 차이나게 사는 것이 아닌지...
하지만, 불을 피우는데만 1시간 이상을 소비해야 하고 요리를 하는 동안 아무일도 못하는 것 보다는
그 시간을 줄여서 열심히 일을 하는게 나을 듯 해서 들이기로 결정했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우리 부엌은 입식이다. 
혹 시간이 지나고 이들의 생활이 좀 나아진다면 부엌을 개선해 주고 싶다.

JHS_8993.JPGJHS_899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