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축복

  예전에 삼육대학 교수님 한 분이 ‘선교사로 러시아에 있으니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셨다. “선교지에서는 하늘과 사명과 영혼이 크게 보입니다”라고 대답했었다. 어디에서라도 복음을 전하는 일은 귀하고 축복받을 일이지만 이국의 선교지에서는 더 단순한 믿음으로 복음을 전하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익숙한 세상의 혼잡함에서 떠나 단절된 세계에 있으므로 영적 사물에 더 민감해지며 예전에 몰랐던 사소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선교사로서 포기해야할 것도 있지만 선교사이기에 누리는 축복도 있다.  

  무엇보다 선교사는 분명히 영적으로 축복을 받는다. 선교지의 고난을 통하여 선교사는 영적으로 단순해지고 순결해진다. 선교지 영혼들의 고통을 마음으로 느끼면 아낌없는 사랑과 자발적인 헌신이 솟아난다. 불의와 불조리가 가득하며 소망은 희미한 선교지에서 영혼들을 복음으로 구원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절절이 동감하게 된다. 인간적인 바램과 세상적인 욕구가 무의미해지고 영적인 갈망으로 변한다. 복음만 생각하는 단세포적인 선교 본능이 살아난다. 조금은 바보스럽지만 하늘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모진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러시아에 살고 있는 것만도 축복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기만 해도 그저 감사할 때도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복음의 황무지에서 영혼을 구원하는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축복이다. 본국과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갖은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회 건축을 마치거나 기도로 준비한 선교 프로그램들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복음전도를 위해 똑같은 고생을 해도 고국에서보다 더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 하나님의 복음사업에 내가 도구가 되어 중심역할을 하며, 마음껏 이것저것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실천하며 날마다 생활이 선교가 된다. 경쟁이나 실적같은 인간적인 안목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말씀때문에 영혼들을 용서하고 사랑한다. 이같은 영적 성장과 부흥이야말로 선교사의 최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선교사에게 현실적인 축복도 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선교지 언어를 익히고 현지인과 교제와 친분을 나누다보면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성숙한 포용력을 가지게 된다. 세계적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을 위해 바친 시간 속에 선교지의 갖가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며 아름다운 추억과 사연을 간직하게 된다. 하나님의 흔적을 가진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이국의 정취와 낭만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지생활의 실상을 구석구석 체험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믿음과 성품뿐아니라 예전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하는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발견한다. 성장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선교사의 가정은 선교사명과 선교지 경험을 공유한 공동운명체로서 상호 친밀하고 돈독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기 쉽다. 선교사의 자녀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이중 언어에 익숙해질 수 있고 순수한 심성과 단순한 요구를 가진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가 된다. 지역에 따라 교육적 유익과 개인적 능력에 따른 성취를 도모할 수도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과 공동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이루는 선교역사는 축복의 덤이다.

  러시아 선교사가 되었을 때 주저했던 아내는 이제 선교사가 된 것이 축복이라고 말한다. 선교사로서 교회를 건축하고 러시아 합회의 전폭적인 신뢰와 협력을 받게 된 것이 무엇보다 축복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아이들이 학교에서 우등생이며 하바로브스크 바이올린 영재반에서 인정받는 아이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칭찬하는 올곧은 심성과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자라고 있는 것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무엇이 축복인가라는 점에 시각차는 있을 수 있지만 선교사는 축복받은 무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늘보고 사는 것이 선교사의 삶이지만 이 땅에서 선교사였기 때문에, 선교사의 자녀였기 때문에 겪어야했던 고통만을 기억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선교사는 가야할 곳이 있고 사명이 있고 하나님의 약속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영혼들이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은 언약이 주어진 자들이 그 언약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명을 이루었을 때 진정한 축복의 땅이 되었다. 선교지는 선교사가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사명을 이루며 감사할 때 축복의 땅이 된다. 선교사였기 때문에 드린 시간과 헌신만큼이나 이후에도 언제까지나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영원한 선교사가 되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