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 산다는 것

  선교지에서는 안되는 것이 참 많다. 현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도 안되고, 생각이 달라 의사소통도 안 될 때도 많다. 일단은 현지에서 살아야 전도도 하고 선교도 할 텐데 선교사 비자받는 것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선교사로 살아도 정기적인 교회 감사와 종교법등 선교의 조건을 현지법에 맞추는 일에 탈진하여 주업인 선교에 기운을 많이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선교사로 살수만 있어도 다행인 곳도 있다. 선교 자체가 불법이며 전도는 곧 범법으로 인식되는 공산권이나 개종이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이슬람권에서는 선교는 죽음을 각오해야한다. 지역과 인종, 현지 종교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이같은 세상의 부조리는 복음으로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사회 속에 고착화된 병리현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종교의 자유가 있어 마음껏 선교할 수 있다하더라고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쉽지않은 선택임에 분명하다.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야하고 고독과 무관심과 싸워야한다. 때로 배고픔을 참아야하고 세상에서 잊혀져가는 자기존재감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교사이기 때문에 겪는 가족들의 고통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야하고 내 것을 고집하는 마음을 비워야만 비로소 선교사로 사는 삶의 기쁨과 자유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교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선교의 열매와 결실을 맺어 모국과 모교회에 신뢰와 후원을 얻어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교지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자신의 몸으로 이루는 선교사로 살면서 정작 자신의 믿음과 영혼은 선교의 일에 파묻혀 점점 황폐해져가는 현실을 겪을 때도 있다. 문제는 가깝고 끊이지 않지만 구원을 향한 이상은 멀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자신을 벗어난 경우가 많은 것이 선교지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선교사가 되기 전 선교사로 사는 것의 의미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흥적인 충동이나 감정이 아닌 자신을 버리고 포기하는 생애의 준비가 없으면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해야한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교지에 왔다가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란 말을 남기고 쉽게 떠나버리면 선교지 영혼들에게 불신과 실망만 남기게 된다. 교차문화권에서 복음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안위와 생활을 희생할 각오와 다짐이 있어야한다. 그러므로 목회사역처럼 선교사역도 부르심의 소명이 필요하다. 자신뿐 아니라 전 가족의 선교사로의 사명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다.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선교지에 선교사로 나갈 때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충만한 사명과 성난 군중 속에 자신을 던져 십자가에 오르신 그리스도의 심정을 소유하지 않으면 선교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선교지에서 선교사로 살면서 안되는 것보다 되는 것을 더 많이 보아야한다. 안되는 것 가운데 되는 것을 찾아야한다. 준비한 선교사역을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다고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열 가지 가운데 아홉이 힘들면 되는 하나를 최선을 다해서 성공적으로 마치라. 그리하면 그 다음을 둘이 가능하고, 그 다음은 셋, 넷... 조금씩 상황을 역순환이 아닌 선순환으로 역전시키는 선교사의 자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지 말이 안되면 최선을 다해 배우려고 노력하라. 대부분의 경우 믿음으로 이겨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며 시간이 가면 문제는 거의 해결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불굴의 기도가 기적의 역사를 이루는 체험을 한두 번 하고나면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선교지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자신감의 부족도 문제이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나치면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 선교사의 마음같지 않은 선교지 교회와 성도들, 본국과 사정이 다른 선교지 현실, 선교지에서 선교사만이 겪는 남다른 고통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자신을 낮추며 겸손히 인내하며 돌파구를 찾아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자신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존재함을 알게 한다.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는 주님의 손에 맡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자. 기도하며 하늘의 지혜를 구하고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생애하는 선교사의 삶이 되도록 노력하자.

  가족걱정, 자식걱정, 장래걱정, 선교걱정으로 밀려오는 상실감, 우울증, 건강이상이 넘쳐나는 선교지에서 선교가 정체되는 것은 나를 버리는 선교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에게 자문해 본다.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시면서 “양을 이리가운데 보냄같”(마10:16)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선교사들이여 기죽지 말고 선교사로서 살아남아 보란 듯이 말해보자. “하나님, 당신은 아십니다 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