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M 1기 일본 후쿠이교회 고기림 목사

 

후쿠이는 유독 눈, 비가 많이 오는 곳이다. 많이 오기도 하고 또한 오래 오기도 한다. 작년에는 10월 하순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리더니 12월에 들어서는 눈으로 바뀌어 2월 말까지 줄곧 눈이 내려서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불과 몇 날이 되지 않았다.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쪽 일본의 서해안 지역은 우울증이라든가 정신적 질환을 앓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 또한 일본 안에서도 이곳 후쿠이 사람들은 매우 폐쇄적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작년 봄, 한글교실을 하기 위해 전단을 돌리기로 했다. 영어교실과 한글교실, 그리고 복음성가를 부르는 모임 안내를 전단에 그려 넣어 아내와 함께 인근지역에 뿌렸다. 한류의 영향으로 꽤 모일 것으로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영어나 한글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복음성가를 부르는 모임에만 단 한 명의 신청자가 있었다. 1년이 지나면서 우여곡절 끝에 아내는 귀한 한글 수강생 단 한 명을 대상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 그 한 명이 다른 세 명을 소개해 주어서 4명이 되었다.

 

다시 올해 3월 하순에 어린이 영어교실을 운영해 보기로 했다. 다시 전단을 만들어 초등학교 근처에 가서 돌리고, 우리는 월요일부터 시작하여 안식일에는 조그만 발표회도 하기로 계획했다. 참가자를 위한 선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또 교인 한 분에게도 순서를 도와 달라고 맡기고는 영어교실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하는 날인 월요일에 시간이 다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영어교사로, 나와 우리 두 아들은 학생으로, 그리고 교인 한 명만이 수업을 들었다. 우리끼리 영어로 노래하고 회화를 배우고 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었다. 최소한 우리 두 아이에게는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나마 화요일부터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며 이 어린이 영어교실에 계속 참가하겠다고 말했던 교인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왜 다른 애들은 안 오냐고, 그래도 영어교실 계속 할 거냐고 물어보기에 “당연히 우리끼리라도 해야지.”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매일 계속해서 영어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고 선물을 받고 간식을 먹는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안식일 아침 발표회까지 계속 이어 갔다. 처음에는 가족만 참석해 가슴이 쓰라렸었지만 점점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어 갔던 것 같다.

 

정말 지난겨울은 비와 눈만 오는 길고도 긴 겨울이었다. 교인들이 이제 겨우 선교사의 생각을 이해해 주고 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잦아들어 우호적인 분위기로 반전되었을 때쯤, 왠지 몸도 지쳐가고 마음도 피곤하여 주위에서는 실망스러운 일만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겨울이 다 지나고 4월 초부터 교회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때맞춰서 다른 곳에서 경제활동을 하던 중국인이 믿지 않는 부인과 함께 교회에 오기 시작하여서 한 가정이 늘게 되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교회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한글교실에도 10명, 영어교실에도 2명 정도가 새롭게 등록하였다. 이분들을 대상으로 매월 친목회를 열어 간단한 음식, 게임, 그리고 말씀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왜 갑자기 4월부터 새로운 사람들이 교회로, 교회 프로그램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하나님께서 지나간 일들을 통해 많은 것을 깨우쳐 주시고 가르쳐 주셨던 것 같다. 시련과 고난이 있고 결과가 속히 나지 않고 모두가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을 때에라도 조금 더 기도로 매달리고 조금 더 인내하며 기다리라고 하신 것 같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살아 계시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미약하더라도 끊임없는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목사인 남편이 힘에 겨워 할 때, 아내는 더욱더 힘을 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자극과 격려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 남편보다 더 강한 아내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못난 남편보다 더 끈질기게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도하고 헌신하는 아내에게 감사한다. (아내 자랑으로 오해받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이번 경험은 끊임없이 드리는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고 다시 한 번 이곳 후쿠이교회를 위해 헌신하고자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님은 반드시 들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다 맡기자.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 126:6)

이제 봄이 왔으니 빨리 수확의 가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사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