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설교를 맡기면 교우님들이 여러 가지 거절의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분은 절대 못하겠노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다음에 하겠다고 미루고 너무 바빠서 못 하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발 그것만은 시키지 말라고 애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자모반 엄마는 화를 내면서 한 번만 더 시키면 교회를 안 나올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 그분에게 한 번도 어린이 설교를 맡길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어린이 설교를 운영한 지 5년째가 되는 어느 안식일 봄 날, 교인들끼리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어린이 설교 배정표에 그분 이름을 넣자고 우기는 분이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이름을 넣고도 그냥 '내가 하려니'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밥을 먹다가 그 자모반 엄마가 옆에서 함께 식사하는 집사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집사님, 집사님이 다음 주 어린이 설교이시고 그 다음 주에 제 차례이지요?" 그랬더니 옆에 계신 집사님 왈, "그래요? 저는 잘 못 봤는데 준비하셨으면 먼저 하시고 그 다음주에 제가 하면 어떨까요?" 나는 순간 속으로 '뭔가 잘 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봐 둔 게 있으니까 먼저 하고 그 다음 주에 집사님이 하셔요." 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감격하기는 아직 일렀습니다.

  시간은 흘러 다음 주가 되었습니다. 자모반 엄마는 엄청나게 많은 재료를 들고 나가서 반석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두 사람을 그려서 젓가락에 붙이고 서로 집을 짓겠다고 대화하는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접시에 모래를 붙이고 그 위에 과자로 만든 집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반석은 호일을 입힌 평평한 판, 그리고 반석위의 집은 나무로 만든 집을 준비했습니다. 투명한 큰 통에 막대기 두 개를 올려 다리를 놓고 과자로 만든 집을 올려 놓았습니다. 비가 와서 집이 무너지는 부분은 정말 명 장면이었습니다. 페트병에 물을 넣고 뒤집어서 주사기로 아래 쪽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후에 비가 온다고 하면서 병을 바로 세워 몸통을 꾹 누르니까 물이 샤워기처럼 쫘악 쏟아져 내렸습니다. 과자로 지은 집은 젖어서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마침 비디오나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이제껏 진행한 어린이 설교 가운데 가장 준비물이 화려하고 어린이들을 정신 없이 집중시킨 최고의 순서였습니다. 남들은 재미있게 보고 지나갔을지 모르지만 나는 참으로 감격스러웠습니다. 믿음 생활에 소홀한 주님의 자녀들이 마음의 변화를 일으켜 열심히 하나님 사업을 받들 때 하늘 아버지께서 느끼는 감격은 어떤 것일까. 하늘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목이 메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린이 5분 설교를 운영한 지 5년이 되니 이제는 아무도 그 필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분이 없으며 교회의 전통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