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곳에 처음 도착해 살기 시작할 무렵 제가 스페인에 대해 뭘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거의 무지에 가까웠더군요.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어서 그런지 여전히 많은 것이 새롭고

알아나가야 할 것도 많습니다. 

유럽에서도 런던이나 파리는 한국과 오가는 항공편도 많고 한국 유학생이나 거주자도 많아

왠지 한국과 더 가까이 느껴졌지만,

스페인은 유럽의 맨 아래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멀고 멀게만 느껴지는 아프리카 대륙과 맞닿아 있고

한국인을 만나 보기가 힘들어 한국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어는 한국에서 나름 배워갔지만, 처음 몇 달은 입이 있어도 거의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사람들은 어찌나 말이 많은지, 제겐 고역일 뿐인 수많은 모임들

- 가족: 가족 모임은 직계가족, 시부모님 형제들 가족, 동생 여자친구의 가족, 심지어 시어머님 친정 오빠의 부인

즉 우리에겐 숙모님의 친정 자매들 모임까지 어디든지 참석하면 환영받습니다. 

친구들, 학우들, 교회 교우들, 이웃들 등 등.

어느 집에 점심 식사 초대를 받으면 그것은 대략 점심 식사를 하는 2-3시 경의 한시간 정도 전부터

저녁 8-9시까지를 뜻합니다. 저녁 식사는 대개 9-10시에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뉴스타트에 익숙한 재림교인들의 경우는 그보다 빨리 하지만

저녁 식사에 초대받으면, 맛있게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잠시 담화를 나누다가

그 댁에 폐를 끼칠까 우려해 그만 자리를 뜨려하면 서로 마지못한 듯 그러나 속으로는 반가워하며 헤어지는 나라에서

자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게끔 식사가 끝나고 말, 말, 말이 12시까지 이어집니다.

그러고 정말 속이 터지는 것은 이제 가야되겠다라는 내용의 말이 나온 후부터 실제로 헤어지기까지

평균 1시간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그래, 그럼 이제 가자 하고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까지 가는 동안 20-30분, 문간에 서서 다시 20분.

이것은 정말 과장이 아니고 문자 그대로입니다.

그런 모임에 참석할수록 저의 스페인어 실력이 늘어가기는 커녕,

한국의 가족, 친구, 교회, 직장 사람들이 못견디게 그립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한결 나은 편이지만 (스페인어 실력이 그만큼 늘어서인지, 이제 그 모든 과정에 익숙해져서인지는 혼동스럽지만) 말수가 그리 많지 않은 저로서는 여전히 제 남편을 포함하여 말이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의견이지만 신앙 생활에 있어서도 이 "말 많음"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고 그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있게(때로는 무조건) 

전달되기까지 주장하는 토론문화가 발달한 이곳에서는 가만히 다른 이의 말을 "듣"는 모습은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도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으면 예배 후 바로 도마에 오르고,

엘렌 G.화잇 부인의 책도 비평 대상입니다.

말씀, 사람을 통한 하나님의 음성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거기에 내 생각으로 어떤 살도 붙이지 않고, 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는 것이고,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스페인의 재림 교인은 약 12,000명으로 대략 10년 전에도 같은 숫자였다고 합니다.

즉, 지난 몇 년간 스페인에 모로코, 알제리, 모리타니아, 세네갈 등 아프리카, 중국, 브라질, 페루, 아르헨티나 등 남미,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권에서 온 이주민들이 급증하였는데, 그중 남미와 동유럽권의 많은 재림교인들이 스페인의 교회를 절반 이상 채우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쿠바,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온 사람들이(한국에서도!) 전 교인의 70퍼센트가 넘습니다, 그러니 해외 이주민들로 더욱 늘어났어야 할 교인의 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페인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정말 통탄할만큼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러나 성령님의 지배하시는 권능은 자비롭게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메마른 사람들의 영혼은 가슴을 적시는 설교 말씀을 목말라하고, 감동적인 찬양에 아멘을 외칩니다.   

그분의 은혜로 교회를 붙들고 계실 때 더욱 많은 이들이 이 유럽 땅에서 그분의 나라를 위해 신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심 가져 주시고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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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dia de Pilar (The Day of Pilar)- Pilar(마리아의 한 종류?)의 날

스페인 사람들은 각종 카톨릭 관련 축일을 빠짐없이 챙기고, 그날은 성인부터 갓난 아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방마다 각각 고유한 전통 복장을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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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as 발렌시아의 3월의 불꽃축제

 

시에서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여 1년동안 각종 단체가 만든 종이 인형이 3일동안 도시 곳곳에 전시됩니다.

그 해에 우승을 한 팀은 큰 상금을 받고 그 돈으로 또 다음 해를 위한 작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3일째 저녁 한꺼번에 이 모든 작품을 불태웁니다. 그런데 단지 당일 저녁 뿐 아니라 발렌시아 주에 속한 모든 동네는

그 한 주동안 밤이나 낮이나 귀청 떨어지는 폭죽 소리가 진동을 합니다. 다음 번의 더욱 새롭고 창조적인 작품을 위해 1년 동안 공들여 만든 것은 태워버린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즐긴다고 하는군요.

 

*이번에도 많은 사진을 올리려고 축소 저장해놓았는데, 이곳 인터넷 사정이 그닥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이번에도

많은 사진 올리는 것을 허락치 않아 정말 아쉽습니다. 첨부는 되는데 본문 삽입이 안되는군요.:)

*지난 번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댓글에 각각 코멘트를 남기는지 몰라서 이곳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