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드리고 있는 아프리카 기독교인들]

서구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고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가 거대한 대륙이며 복잡한 문화와 다양한 언어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또한 서구인들은 지도에서 53개의 나라가 존재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과거 북미 대륙보다 작게 그려 놓았지만 지금은 골-피터스 도법(Gall-Peters projection)이 발명되어 수정되었다. 서구 열강들은 1884년 아프리카인()은 한 명도 참가하지 않은 베를린 회의(Berlin Conference)에서 모여 아프리카의 복잡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방법으로 대륙을 분할하여 아프리카의 상황을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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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언어가 존재할 만큼 가장 다양한 대륙 아프리카는 현재 국민과 자원을 착취하는 정부, 잔혹한 내전, 극심한 가난, 창궐하는 전염병, 열악한 교통과 기반시설로 악명이 높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전() 아프리카 담당 기자였던 로버트 게스트(Robert Guest)는 아프리카를 가리켜 ‘족쇄에 묶인 대륙(Shackled Continent)’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아프리카는 1960년대부터 6천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원조를 받으며 수십 년 동안 ‘발전’에 힘썼지만 삶의 질은 계속 내리막이다. 세계 은행(World Bank)에서 발표하는 각 나라별 ‘인간 개발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목록에 따르면 최하위 40개의 나라 중 33개의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인당 평균 소득은 미국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대화에는 과거의 노예 제도와 식민 지배, 그리고 현재의 세계화가 동시에 공존한다. 아프리카 대륙에 남겨진 수많은 상흔은 아프리카 인들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아랍인들과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착취는 이 후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부정부패와 폭력, 무능한 정부로 이어져 아프리카를 50년 전보다 훨씬 가난하게 만들었다. 한 예로 지난 1957년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서구 열강(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가나는 당시 전쟁으로 황폐했던 한국의 경제 사정과 거의 비슷했으나 약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경제 규모(GDP)는 가나의 약 40배에 이른다.
이와 같은 아프리카의 참담한 상황에서, 역동적이며 놀랍게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 교회와 그 역할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프리카 교회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아프리카의 각종 악덕에 대항해 왔다.
세계 기독교 변화를 연구하는 필립 젠킨스(Philip Jenkins) 박사는 그의 저서 ‘기독교의 새로운 국면: 3세계에서 성경을 믿는다는 것(The New Face of Christianity: Believing the Bible in the Global South)에서 아프리카 성공회 교회와 세계 성공회 사이의 균열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고 또 해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인과 아프리카인은 같은 성경을 사용하지만 매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복음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교세가 급속히 확장되며 에이즈, 기근, 부정부패 등의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는 아프리카의 성공회 교회는 성경을 보다 복음주의적으로 읽으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성경이 삶과 신앙 전반에 권위 있는 가르침을 주며, 성경 말씀이 문자 그대로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라고 믿는다. ,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의 신앙은, 세상 풍류에 휘말리다가 성경을 읽고 ‘참으로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인가요?” 라고 반문하는 현대 서구인들의 신앙 방식하고는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나 성() 정체성은 가장 기본적인 창조 질서 중 하나다.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성경의 기본 진리를 어설프게 믿으면 이웃 무슬림의 비웃음을 살 뿐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미국의 자유주의적인 성공회 기독교인들과 나이지리아의 보수적인 성공회 기독교인들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역동 신학(Dynamic Theology)은 성경이 특수한 사회 상황과 맞물렸을 때 등장한다. 지난 2006년 한 권짜리로 출간된 아프리카 성경 주석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교회 성장률을 보이는 아프리카의 독특한 신학적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천사, 악마, 권능, , 환상, 여성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 에이즈, 성년 의식(Initiation Rites), 난민, 노예제도, 금기, 계대 결혼(widow inheritance, 자식 없이 죽은 형제의 대를 이어주기 위해 친형제나 친척 중 하나가 죽은 형제의 부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주는 관습, 역주) 등과 같은 주제는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독특한 문제들이다.
아프리카의 신앙 행태는 서구인들이 보기에 당황스럽다. 물론 아프리카인들은 그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신앙의 기준을 어디까지나 삶의 현실에 맞춰 정하려고 한다. 정립된 신학이나 예배의식을 낯설고 심지어 충격적인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해롤드 터너(Harold Turner), 데이비드 바렛(David Barrett), 뱅게트 순드클러(Bengt Sundkler), 크와메 베디아코(Kwame Bediako), 마르티누스 다닐(Marthinus Daneel)과 같은 학자들은 아프리카 독립교단(African Independent Churches), 아프리카 독자교단(African Initiated Churches) 혹은 아프리카 설립교단(African Instituted Churches) 등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교회의 변화를 연구했다. 아프리카 독립교단(AIC)은 초자연적인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등 전근대적인 세계관을 지녔으며 ‘교리를 중시하는’ 서구 기독교와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인다. 세계 다른 지역의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개인 구원 등을 강조한다면 아프리카 독립 교회는 성령과 공동체에 초점을 둔다.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은 성령을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병을 고치고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생각한다.
아프리카 독립교단에 속한 교회의 이름들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특유의 종교적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예언하고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딸들(Prophesying and Evangelizing Daughters of God) 교회, 하늘의 그리스도 교회(Celestial Church of Christ), 알라두라의 주님 교회(Church of the Lord Aladura, 알라두라는 기도를 소유한 사람들이란 뜻, 역주), 하늘의 연인 교회(Sweet Heart Church of the Clouds), 무사마 디스코 그리스도 교회(Musama Disco Christo Church), 영적 치유 교회(spiritual Healing Church), 선지자 시몬 킴방구의 지상의 그리스도 교회(Church of Christ on Earth by the Prophet Simon Kimbangu), 천사 그룹과 스랍의 교회(Church of Cherubim and Seraphim). 1968년에 데이비드 바렛(Davind Barrett)은 자신의 혁신적인 책, 아프리카의 교단 분열과 부흥: 현대의 종교운동 6,000개에 대한 분석(Schism and Renewal in Africa: An Analysis of Six Thousand Contemporary Religious Movements)에서 아프리카의 독립 교단들의 등장과 발전을 처음으로 주목했다. 매튜 아주오가(Matthew Ajuoga)는 성공회 신부였지만 지난 1957년 ‘불만에 찬 광신자 집단’이라고 정통 교단으로부터 정죄 당한 모임에 가입한 이유로 성공회에서 제명되었다. 현재 아주오가 목사는 아프리카 독립교단 연합(OAIC: Organization of African Instituted Churches)의 총회장인데, 그의 아프리카 독립교단 연합은 아프리카 각국에 있는 92개의 독립 교단 연합회가 연결되어 있으며, 85백만 기독교인들이 가입되어 있는 범() 아프리카적 신앙 단체이다.
지난 50년 동안의 아프리카 기독교의 성장은 다른 대륙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07 1 IBMR(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이 발표한 세계 선교 통계에 의하면, 아프리카의 기독교인은 417백만 명에 이른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의 연구소에 의하면, 아프리카의 천주교 인구는 지난 20세기 동안 19십만 명에서 13천만 명으로 늘어 6,708%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 50년 동안에는 708%의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프리카의 교회는 다른 어떤 대륙보다 높은 2.4%의 연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금부터 백 년 전 아프리카의 무슬림 인구는 기독교인의 4배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프리카 기독교인은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46%를 차지하며 412백만 명의 아프리카 무슬림 인구를 능가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교사의 수는 약 96천 명으로 아프리카에서 외국으로 파송한 선교사 184백 명보다 많다. 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아프리카의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의 성장률은 아프리카의 다른 어떤 산업의 성장률보다 높다.
선교학자 데이비드 바렛(David Barrett)은 지난 1970년 아프리카 전체의 교회 수를 247천 개로 추정했다. 그 후 25년 뒤의 아프리카 교회 수는 125백 교단의 552천 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아프리카 교단의 대다수는 서양 교회에 알려지지 않은 교단이다. 아프리카 교단의 신학과 골격은 유럽이나 북미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부상했다. 그리고 이들 교단 대부분은 은사주의 또는 오순절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서구의 은사주의와 오순절주의 신앙과 반드시 동일하지 않다. 천주교회를 포함하여 아프리카 대륙의 교회들은 일반적으로 복음주의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아프리카 교회들은 회심을 강조하고, 성경의 가르침에 신앙의 기본을 두며, 아주 활동적이다. 서구의 기독교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것에 반해 아프리카 기독교는 성령 중심적이다.
아프리카 교회의 놀라운 성장을 덮어두고라도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독교가 아프리카에 완전히 정착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라고스(Lagos)의 한 중생한 택시 운전사에서부터, 비행기 불시착에서 살아난 코트디부아르(Cote dIvore)의 심령술사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 아들을 간절히 바라는 일부다처제 남성에게 시집간 한 하디야(Hadiya) 10대 소녀까지 아프리카의 기독교인들은 다양하다.
다양성과 함께 아프리카 교회는 다양한 역풍도 맞고 있다. 탄자니아 서부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 성공회 교구의 감독은 그 지역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들과 무슬림 이름을 가진 아이들만 교육의 혜택을 받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으며, 설립된 지 1,600년 된 한 아프리카 정교회의 교회는 정부의 철거 계획으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 기독교 신학이 아주 얕다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하게 맞는 말도 아니다. 사실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은 아프리카 문화와 상황을 변혁시키는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했다. 선교학자 앤드류 월스(Andrew F. Walls)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복음은 해방자(liberator) 역할을 했지만 아프리카 문화를 뛰어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기독교는 아프리카에 만연한 부패, 속임수, 폭력과 질병의 세력을 시들게 하지 못했다.
() 기독교의 공격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심지어 세속주의가 침투하고 있는 북미 대륙 교회들의 신학도 얕은 경우는 있다. 서구의 교회들은 사회에 만연한 탐욕과, 상습적으로 폭력에 의지하는 경향 그리고 성()적 타락을 방임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아프리카 교회는 일상 생활의 삶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돕는 신앙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 신앙은 기적적인 경험이나 초자연적인 체험 그리고 권세와 능력의 임재 등과 같은 것들이 어울려 있다.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은, 합리주의(rationalism)에 바탕을 둔 서구 기독교에서 걸러내진 이러한 신앙적 현상들을 오래 동안 체험해 왔다.
아프리카 기독교가 세계 기독교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세계 기독교인의 분포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세계 기독교인의 다수는 더 이상 서구에 있지 않다. 그리고 이전 시대의 기독교는 늙고 무기력한 자취 만을 남겼다.? 하나님의 사역이 연약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역사의 중심에 옮겨 놓을 때, 자만하고 특권 의식을 가진 기독교는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져 갔다.
여러 문제와 역경을 갖고 있지만 아프리카 교회는 이 시대의 하나님의 사역의 중심에 놓여 있을 것이다. 서구 기독교의 운명은 아프리카 교회처럼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교회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기독교인들이 서로 의지하라고 성경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천국을 소유할 것이며, 겸손한자가 높임을 받을 것이며, 높은 자가 낮아질 것이며, 자만한 자가 흩어질 것이며, 부유한 자가 빈털터리가 되어 멀리 내쫓김을 당할 것인데, 세계 기독교인은 이 성경 말씀들이 실현되는 것을 아프리카 대륙을 보면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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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hristianity Today, 2007 11월호,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637, 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