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을 드리고 아내가 담근 김치를 담아서 드리면 나중에는 일본 단무지가 접시에 담아서 오는데 이런 것들이 5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담도 되고 이렇게 주고 받는 것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지 고민 한 적도 있지만 받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배운 하나의 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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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설이면 꼭 잊지 않고 연하장을 보내주고, 좋은 소식 슬픈 소식 들을 전해주시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기회를 주시는데 무엇보다도 이런 일들을 통하여 나를 그들의 한 가족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지금도 나의 아내는 일본의 그리운 사람들 꿈을 꾸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운다. 갓 돌 지난 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올 만큼 성장한 나라, 둘째와 셋째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

6년이란 시간은 나와 나의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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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감사하게도 이렇게 소중한 시간과 기억이 나와 나의 가족에게만 해당된 것은 아니었나 보다. 몇 주전 일본에 있는 지인이 전화를 했는데 3 25일에 3 4일 여정으로 한국에 온다는 것이다. 송 목사님 보고 싶어서 온다는데 혼자가 아니고 8명이 온단다. 연령층은 중학교 2학년부터 만 94세 할아버지까지 우리들을 특별히 사랑을 주셨던 몇 가정이 함께 오신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그들이 오면 한국의 어디를 안내하고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어떤 선물들을 드릴까 얘기하는데 그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기다리던 3 25일이 되니 문제는 날씨다. 바람이 많이 불고 아침 저녁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24일 저녁에는 눈까지 내렸다. 아내는 충분이 따뜻한 옷들을 가져오시라고 일본에 전화를 걸었고 나는 연세 드신 분들도 함께 오시기에 승합차에 얇은 담요들을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호텔 앞에서 일본인들을 만났는데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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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온지 1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나와 나의 가족을 기억해서 타국 땅까지 우리들을 만나러 오신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고마운지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랴!

 

나는 오셔서 감사하다고, 우리를 잊지 않으셔서 고맙다고, 추울 때 오셔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했더니 아니시란다. 그저 한국에 처음 오는데 온 것 만으로 얼마나 즐거운지, 우리 가족을 만난 것 만으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인사해 주신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시는데 욘사마가 일본을 도와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이다.

 

내용인즉슨 일본 동북대지진이 나자 한국 배우 배용준씨가 제일 먼저 거액의 구호금을 일본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들이 한국이 일본을 도와주는 모든 것들을 주의 깊게 신문과 TV 뉴스를 통해서 보고 들었는데 너무나 고맙단다. 그러면서 눈물을 닦으시는데 내가 오히려 몸둘바를 몰랐다.

 

내가 도와드린 것도 아닌데 한국이라는 내 조국이 일본을 도왔다는 것, 한국인 배우가 일본을 도왔다는 인사를 내가 받아도 되는지 너무나 당황했었다. 그러면서도 한쪽 가슴에 뿌듯함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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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얘기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고마운 분들에게 한국의 가장 좋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곳 저곳을 모시고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일본 힘든데 괜찮냐고, 오신 곳에는 특별한 피해는 없냐고, 잘 오셨다고, 오신김에 한국의 제일 좋은 것들만 경험하시라고 식사대접해주시고 선물들을 조금씩 싸주시는 한국분들을 만나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맙고 뿌듯했는지 모른다.

 

마지막날 동대문과 남대문, 명동 을 모시고 다니면서 쇼핑을 하는데 갑자기 일본인들이 설명하는 내 얘기는 듣지 않고 길에 서서는 한쪽 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이 아니고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는데 벽에는 [がんばれ 日本!-우리는 일본을 응원합니다.]이라고 쓰여져 있으며 한국인들이 손으로 쓴 응원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모금함도 있었다.

 

그것을 본 일본인들은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그 사랑이 너무 고맙다고 연신 눈물을 닦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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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일본의 재난은 우리들 모두에게 큰 슬픔이다. 그런데 그런 슬픔 속에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문화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음식이 달라도 우리는 서로 이웃한 사람이다. 그 사람간의 사랑이 있기에 서로의 사랑을 나누고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면서 발전해 갈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오늘 나는 우리들의 작은 사랑과 관심이 그 지진과 쓰나미의 큰 슬픔 가운데서 더 큰 희망을 만들어 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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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일의 한국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데 고3 여학생이 이렇게 말한다.

 

송 목사님! 저 나중에 꼭 한국 사람이랑 결혼할래요

 

그 여학생의 마지막 인사말에 행복한 사람은 나 하나만일까?

 

 

서울일본어교회 목사 송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