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아침에 출근하여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고 그날 오후시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치과 병원인데 막내 때문에 시온이를 돌볼 수가 없으니까 잠깐 오라는 거다.

 

 

나는 아내에게 바빠서 못 간다고,

집안일은 알아서 할 수 없냐고,

남들은 남편 출근하면 아내들이 집안일 잘만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매번 오라고 전화하냐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그때는 그랬다.

내 일에 어서 적응해서 열심히 사는 남편, 아빠의 자리를 찾는 것이 온 가족을 위해서 좋은 거라고.

 

그래서 마음 한 켠으로는 집 걱정 없이 하루 빨리 새로운 생활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교회에서는 인자한 목사인척하고 학원에서는 자비로운 원장으로 학생들을 맞아서

상담하고 가르치고 얘기하고 회의하는 내가 왜 그런지 가정에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도 가족 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고 별로 좋아진 것도 없지만 집에만 오면

하루 동안 있었던 스트레스를 다 풀어버리려고 하는 것처럼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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